[CIOBIZ+] View Point-기업 내부에 IT역량 쌓자

[CIOBIZ+] View Point-기업 내부에 IT역량 쌓자

 국내 증권사의 한 CIO와 이야기를 나누다 화제가 증권업계 IT의 현실로 넘어갔다. 최근 이슈인 소액지급결제 서비스 시스템 개발이 대부분 아웃소싱으로 이뤄졌는데 이 CIO는 “직원들이 해보지 않은 일이라고 시도도 하지 않더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오는 4일부터 소액지급결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증권사 13곳 중 대부분이 외부 사업자를 선정해 구축했다. 소액지급결제 서비스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도 입출금하고 여타 금융기관으로 송금과 카드 대금, 공과금 납부 등을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가 은행의 수신 업무를 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증권업에서는 하지 않던 업무기 때문에 관련 시스템도 당연히 처음 구축된다.

 현재 증권사 IT 부서는 대단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소액지급결제 서비스뿐 아니라 선물업 진출에 따른 지원 시스템도 구축해야 하고, FX마진거래시스템과 해외선물거래시스템 및 퇴직연금시스템도 개발해야 한다. 때문에 현업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업무 시스템을 일일이 직접 개발할 여유가 없을 수 있다. 개발 납기를 지키기 어려울 경우 아웃소싱으로 해결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CIO는 “IT 인력들은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 배타적이거나 두려움이 많다”고 전한다. 앞으로 금융업 간 진입 장벽이 무너지면서 크로스 오버 상품이 활발히 등장할텐데 그때마다 관련 시스템 개발을 모두 외부에 맡길 태세라고 이 CIO는 전했다. ‘한번 직접 해보자’는 말을 내심 기대했던 그는 “IT 인력들은 신규 사업에 필요한 시스템 개발은 무조건 외부에 맡기자고 한다”고 답답해 했다. 이 CIO가 지적한 것은 시간 문제가 아니라 자신감과 주체성의 결여로 외부 개발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 모 증권사가 퇴직연금시스템을 구축할 때 있었던 일이다. 이 회사 IT 담당자는 1년여 동안 퇴직 연금과 관련해 미리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정작 개발에 들어갈 때가 되자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전문 개발업체를 선정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퇴직연금시스템 구축 후 만난 그는 후회하고 있었다. 결국 거의 자체 개발하다시피 시스템을 대폭 수정해 운용하고 있다며,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미리 겁먹은 탓에 일을 두 번 한 셈이라고 했다.

 증권사 소액결제시스템 구축도 현 증권사 IT 인력들이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범위에 있다고 한다. 일부 증권사는 그동안 은행 연계 업무를 처리한 경험이 많아 크게 부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부에서 직접 개발한 시스템에는 더 애정이 깃들기 마련이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대처 능력도 높일 수 있다.

 외부에 시스템 구축을 의뢰할 때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신규 업무 시스템 개발이 여럿 걸려 있는 상황에서 시간적 여유가 없을 수 있고 선진 베스트 프랙티스를 수용하고 싶거나 내부 전문가가 없어 외부에 맡길 수 있다. 타당성과 효용성을 검토해 합리적인 근거를 갖추고 아웃소싱하는 것은 좋지만 내부 역량으로 축적되지 않는 것은 문제다. 이는 프로젝트의 오너십(결정권과 책임) 부재가 원인이다. 아웃소싱은 단지 손발의 역할을 할 뿐이다. 머리 역할까지 외부 업체에 맡겨버리면 내부 역량의 축적은 요원하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