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용 전극 페이스트, 왜 국산화 안되나 봤더니

 최근 국산 태양전지용 전극 페이스트가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시장에서는 외면받고 있어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태양전지용 전극 페이스트는 태양전지 겉면에 전류가 흐르는 길을 형성하는 필수소재다. 오는 2014년께 시장규모가 약 3조500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웨이퍼와 함께 그동안 국산화 요구가 높은 소재였다는 점에서 이 같은 현상에 궁금증을 더한다.

 국내 태양전지 업체들이 토종 전극 페이스트를 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외산 태양전지 장비와 관련이 있다. 외산 장비를 일괄수주계약(턴키)으로 도입할 때, 미국 듀폰·페로 등 기존 전극 페이스트 업체 제품을 사용해야만 장비업체가 수율 및 품질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국산 제품을 사용하면 수율이 떨어지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생산경험이 많지 않은 신생 태양전지 업체로서는 양산 안정화를 위해 비싸더라도 외산제품을 쓸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특히 대부분 태양전지 업체들이 독일 ‘센트로섬’·‘로스 앤드 라우’ 등 외산 업체 장비를 사용하는 탓에 국산 전극 페이스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매우 좁다.

 한 외국계 장비업체 관계자는 “강제로 듀폰·페로 제품을 쓰게 하는 것은 아니고 단순한 ‘권고’ 수준”이라며 “장비를 개발하면서 기존 페이스트를 사용해 테스트를 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규 라인 투자에 국산 태양광 장비를 고려하는 업체가 많아 그나마 전극 페이스트 국산화 가능성이 밝아지고 있다”며 “실제로 국산제품을 구입해 일부 시험생산에 적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