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엔진부품 생산업체인 태복기계(대표 김태덕)에 공장설비 가동 시간은 원가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12년 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마다 필요한 시간을 정해놓은 상태였지만, 이를 개선하지 않고 성장을 담보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이 회사가 ‘POP’라는 생산관리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인 이유다. 약 1억원의 비용과 6개월의 시간을 투입해 POP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는 놀라웠다. 데이터 도입 시간만 12.5%가 줄었고 1인당 생산성은 33.3%가 늘어났다. 곧바로 25%에 달하는 경상이익률 향상으로 이어졌다.
성과는 여기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표준화한 시간 측정으로 어떤 부문은 표준시간보다 훨씬 빨리 작업을 끝내는 노하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노하우는 회사의 자산이 됐다.
이처럼 정보화는 중소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산업 전반을 놓고 평가했을 때 중소기업 정보화 수준은 100점 만점에 50점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대한민국 산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산업의 기초인 중소기업 정보화 수준 향상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풀뿌리 기업정보화 아직 멀었다”=최근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4038개 중소기업을 표본으로 조사한 중소기업정보화 수준평가에 따르면, 2008년 중소기업의 정보화 수준은 53.60점으로 나타났다. 500개 표본 대기업은 70.23점을 받았다. 정보화 의지부터 구축현황과 시스템 활용, 도입효과까지 종합적으로 계산한 것이다.
중소기업 정보화 수준은 2002년부터 꾸준히 늘어났지만, 오히려 실제 구축을 하고 활용하는 수준은 떨어진다. 전략 수립은 2006년 49.40점에서 58.07점으로 올랐으나, 활용 수준은 65.37점에서 57.25점으로 낮아졌다. 구축 효과는 35.26점에서 47점으로 상승했다.
이를 종합하면 중소기업들이 신용평가 등 금융거래 시 정보화가 중요하다고 인식하면서도 실제 투자는 못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정보화 투자율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2005년 1.17%에서 2006년 1.27%로 다소 상승했다가 2007년 1.0%, 2008년 0.38%로 하락했다. 전담인력도 부족하다. 정보시스템을 갖추기도 힘들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 중소기업이 정보화 전담 인력을 보유한 사례는 절반도 채 안 된다.
최근 기술 유출 등의 사고가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일어났지만 이를 막기 위한 IT 시스템 구축률도 떨어진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소프트웨어는 어느 정도 확산됐지만, 네트워크 보안 등 기술유출과 관련된 시스템 보안은 3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정보보호업계는 추정했다.
◇“정책적 지원 절실하다”=지식경제부는 지난 상반기 중소기업 정보보호 지원 사업으로 200억원이 넘는 추경예산을 검토했지만 다른 사업에 밀려 예산안에조차 들어가지 못했다. 유일하게 남은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 사업의 내년 예산도 올해의 25% 이상 삭감될 위기다. 올해 174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던 중기청의 지원사업 예산안이 146억원으로 줄어든데다 기획재정부 1차 심의 결과 130억원 수준으로 또 깎였다. 옛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까지 더해 1000억원 가까이 예산을 지원하던 것에 비하면 더욱 초라한 규모다. 매년 이 사업에는 1000개 안팎의 기업이 지원하나 7개 중 1개 기업만이 겨우 혜택을 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가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식경제부는 이달 또는 내달 발표할 IT·소프트웨어 종합 진흥 대책에 중소기업의 IT 활용 수준을 높이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봤다. 임채민 지경부 차관은 지난달 중소기업이 IT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동윤 이빛커뮤니티 부사장은 “모든 산업에 기초가 전산 프로그램인데 대부분 중소기업이 영세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