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대표 스티븐 길)가 지난해 말과 올 상반기에 이어 또다시 감원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1년 사이에만 세 번째 구조조정으로 단순한 비용절감 차원을 넘어 인력구조 개편을 통한 회사 체질 개선이 주된 목적으로 해석된다.
3일 한국HP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0회계연도(2009년 11월∼2010년 10월) 사업계획을 수립 중인 한국HP는 희망퇴직프로그램을 활용한 WFR(Work Force Restructuring)를 검토 중이다. 한국HP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바는 없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제불황 대응방안 가운데 구조조정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한국HP는 최근 노동조합에도 구조조정 검토 사실을 전달했다. 한국HP는 7월 말 ‘회사 전반의 경영상태 협의’를 주제로 가진 노사협의회에서 이 같은 방안을 노조 측에 전했다. 이 자리에서는 희망퇴직 보상 조건 등에 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아직 차기 회계연도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변수가 남아있지만 한국HP가 연내에 감원프로그램을 가동한다면 외국계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1년 사이 세 차례 구조조정을 하는 셈이다. 외국계 기업은 통상적으로 구조조정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기간에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최근 1년간 계속된 한국HP의 구조조정은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차제에 중견급 이상 부·차장이 더 많이 포진한 ‘역삼각형’ 조직구조를 개편하는 목적도 엿보인다. 더불어 매출 실적이 적은 영업대표(EAM:Enterprise Account Manager)를 대폭 줄이는 등 영업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배경과 관계없이 연이은 구조조정은 분명 한국HP에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15년 만에 사장이 교체되고, 본사 차원의 일괄 급여 조정까지 겪은 한국HP로서는 무엇보다 어수선해진 회사 분위기를 빨리 추스르는 것이 시급해졌다.
한편 한국HP 측은 “노사협의회에서 구조조정에 관해 논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협의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구조조정 계획도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