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 제품, 비수기가 없다.”
비수기에 휴가철까지 겹쳤지만 기존 제품과 확실한 선을 그은 제품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에서 품질까지 고만고만한 제품보다는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디자인·기능·품질 등 어느 한 분야에서 확실한 ‘주특기’를 가진 제품이 불황기에 빛을 보고 있다. 이들 제품은 불황기에 상식처럼 내려오는 가격을 낮춘 전략보다는 기술력을 무기로 기존 제품의 기능·디자인을 뒤집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멀티미디어 단말기 브랜드 ‘빌립’으로 잘 알려진 유경테크놀로지스는 지난주 ‘핸탑’이라고 이름 붙인 미니PC를 온라인으로 예약 판매해 5시간 만에 준비한 물량 1000대가 모두 동났다. 유경 측은 “휴가철인데다 미니PC 치고는 다소 비싼 가격으로 예약 판매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며 “시장 반응에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핸탑 S7’은 먼저 다른 미니PC와 달리 컨버터블 형으로 LCD 모니터를 회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디자인도 화이트 톤에 슬림형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했다. 여기에 휴대성을 살리기 위해 9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도록 배터리 용량을 크게 늘였다. 유경은 예약 판매 물량이 조기에 매진되자 이 달 9일까지 추가로 오프라인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도시바코리아도 지난달 초 출시한 넷북 ‘NB200’이 한 달 만에 2600대가 팔리는 실적을 올렸다. 이 제품은 넷북 중에서 프리미엄급인 79만원이라는 가격대에 신학기가 아닌 노트북 판매 비수기인 여름 시즌에 예약 판매 없이 바로 출시해 돋보이는 성과를 올렸다. 도시바 측은 “준비한 초기 물량 3000대 가량이 거의 팔려 주문 물량을 늘일 계획” 이라고 말했다. 3세대 프리미엄 미니 노트북으로 이름 붙인 ‘NB200’은 여름 시즌에 맞게 컬러 메탈 소재로 외형을 고급스럽게 장식하고 ‘투 톤 디자인’으로 차별화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회사 차인덕 사장은 “국내 출시와 관련해 차별화된 성능과 디자인에 가장 신경을 썼다”며 “넷북 이상의 프리미엄 기능을 원하는 마니아의 긍정적인 평가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림푸스한국이 내놓은 렌즈 교환식(DSLR) 디지털 카메라 ‘펜(E-P1)’도 조기 매진됐다. 지난달 27일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한정판 500대가 2시간 만에 모두 소진됐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진행한 예약 판매에서도 개시 5시간 만에 초기 공급량 1000대가 모두 팔려 나갔다. 이 회사 권명석 상무는 “단순히 작아진 DSLR 카메라가 아니라 기존 상식을 완전히 버린 새로운 혁신 제품이라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E-P1은 올림푸스가 50년 전에 출시한 펜을 기념해 다시 출시한 제품으로 DSLR 카메라 성능과 휴대성을 결합했다. 올림푸스는 이번 제품을 위해 기존 방식을 버리고 ‘마이크로 포 서드’라는 새로운 규격을 개발해 적용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