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빛난 `부창부수 IT기업`

위기 속 빛난 `부창부수 IT기업`

 가정에서 부부 화합의 도리를 다한다는 의미의 부창부수(夫唱婦隨). 남편과 부인이 함께 회사를 경영하며 어려운 경기를 헤쳐나가는 부창부수기업이 적지 않다. 이들 부부는 함께 회사를 경영하며 비전을 키워가고 있다.

 ◇여필종부? NO, 역할분담 철저히=소방관제시스템 전문기업인 대구소재 IT기업 위니텍(www.winitech.com). 회사의 공식적인 대표 강은희 사장과 남편 추교관 사장은 서로가 지닌 강점을 기반으로 철저한 역할분담을 통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자공학 출신의 추 사장은 통합재난관제시스템 분야의 기술과 수도권 영업을, 강 사장은 경영과 인사를 서로 맡았다. 지난해 말을 전후로 강 사장이 국민경제자문위원과 여성IT기업인협회 회장 등 대외적인 일을 맡아 서울출장이 잦아지자 수도권 영업을 아예 내주고, 추 사장은 대외적인 일이 많은 부인을 내조하면서 대구 본사에서 회사를 경영하는 자연스런 역할변화가 이뤄졌다.

대구소재 RFID/USN전문기업인 인트모아(www.intmoa.co.kr) 역시 위니텍과 닮은 꼴. 교사 출신으로 정보처리공학을 전공했던 김명화 사장이 2000년 먼저 창업하고, 2003년 전기공학을 전공한 도 사장이 기술연구소장에 합류했다. 이때부터 인트모아는 RFID 및 USN사업에 탄력이 붙이기 시작했다. 남편은 연구개발을, 부인은 경영과 마케팅이라는 역할분담을 통해 신사업에 무난히 안착한 것이다. 현재 김 사장은 한국소프트웨어개발업협동조합의 이사장을 맡는 등 대외활동이 잦아지면서 도 사장이 회사의 전반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눈빛만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어=빠른 판단이 요구되는 IT업체에겐 서로의 눈빛만으로 마음을 알 수 있는 부부기업의 장점이 크다. 대전 소재 정보보호SW전문기업 니츠(www.nitz.co.kr)의 양태연 사장과 부인 인소란 부사장은 10여년동안 함께 일하면서 손발이 척척맞는 잉꼬부부다. 한국화학연구원 전산실장 출신인 양 사장이 1997년 창업에 먼저 뛰어들었고, 이듬해 ETRI 연구원이었던 부인이 회사에 합류한 케이스.

이들은 신사업과 관련해 자유롭게 나눈 의견을 사업화해 제품으로 출시하고,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을 경우 무엇보다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부산소재 콘텐츠 제작전문기업인 KGN(www.kgnfilm.com)의 이재진 사장과 강은아 사장은 문학과 예술이 만나 하나의 기업으로 탄생한 경우다. 작가 출신인 강 사장과 PD출신인 이 사장이 의기투합해 만든 기업이다. 비슷한 분야를 전공해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이 회사는 동종업계에 첫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경쟁력 있는 HD콘텐츠 제작사로 성장했다.

◇가정에는 늘 미안한 마음=부부가 함께 IT기업을 운영하다보니 놓치는 것도 있다. 김명화 인트모아 사장은 “함께 일을 하면 기대치가 높아서 빠뜨리는 부분이 있다”며 “가정에 소홀할때가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인소란 니츠 부사장도 “회사 경영과 기술개발, 사업화 등에 서로가 무한책임을 느껴 직원들보다 상대적으로 회사에 있는 시간이 많다”며 “가족이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게 늘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부인이 대외할동을 많이 하면서 상대적으로 늘어난 업무 때문에 느끼는 불만도 있지만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아 많이 이해하려 한다. 추교관 사장은 “아내가 IT기업 관련 사회활동이 잦아지면서 회사업무가 많이 늘었지만 사회봉사라고 생각하며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KGN의 이재진 사장은 “회사 업무상이나 개인 활동에서 비밀이 없다보니 서로의 생활이 속속들이 파악된다는 것이 단점”이라며 웃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