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강국코리아, 다시 시작이다] (10)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8년 이동통신 사업자별 3G 통화품질 수준

 초고속인터넷과 2G·3G 이동통신 등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발표 무용론이 불거지고 있다. 사업자 간 변별력 없는 품질평가 결과를 어디에 이용할 것인지 뚜렷한 용처도 없는 상황에서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평균 연 1회 사업자별 초고속인터넷 품질평가와 이동통신 품질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통신서비스 이용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고 서비스 선택 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과 함께 네트워크 품질을 공개해 통신사업자들의 네트워크 투자를 독려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애초 의도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면서 ‘평가를 위한 평가’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용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사업자들의 투자를 이끌기는커녕 사업자 간 눈치보기, 불필요한 자원 낭비 등 역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발표 실효성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공개한 2008년도 초고속인터넷 및 이동통신 품질 평가 결과는 품질평가 무용론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발표에서 초고속인터넷은 사업자들이 100Mbps 속도를 낸다고 내놓은 상품들이 평균 92Mbps의 속도를 냈다. 나무랄 데 없는 성적이다. 또 사업자들 간에 주목할 만한 편차도 없었다.

 100Mbps 제품에서 KT·SK브로드밴드·LG파워콤은 다운로드에서 각각 93Mbps, 91Mbps, 93Mbps로 고른 속도를 보였다.

 3G 이동전화에서도 이 같은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SK텔레콤과 KTF는 각각 99.66%와 99.35%의 통화성공률을 기록했다. 3G 이동전화 통화를 시도했을 때 100%에 가까운 완벽한 품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미 일정 궤도에 오른 초고속인터넷과 2G·3G 등의 조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무선데이터, 영상통화 등 부문에서도 점수차는 커야 3%에 불과했다.

 또 조사 과정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측면이 불거지고 있다. 사업자별로 조사한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정 사업자의 경우 서비스 가능 지역(커버리지) 내에서만 품질 평가를 진행했다. 통신서비스 품질이라는 것이 커버리지 자체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을 고려할 때 평가의 가치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품질조사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방송통신위원회는 조사 결과에 변별력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 품질평가 결과 발표 자료에서 ‘장소·시간·날씨·교통상황 등에 따라 영향을 받는 전파의 특성상 1∼2%의 차이는 실질적으로는 거의 대등한 품질이라고 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을 정도다. 사업자간 1∼2%도 차이나지 않았던 조사 결과가 서비스 선택 조건으로 삼기에 무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런 점은 사업자들이 구축한 이동전화 통화품질 조회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통화성공/실패, 신호세기 강/약 등으로 표시되는 지도에서 소비자들은 어떠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도 없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는 경품에 따라, 이통시장에서는 보조금 규모에 따라 가입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조사 결과가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이런 문제들과 함께 사업자들이 조사 결과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구태가 반복되면서 2000년 초반에도 품질평가 발표가 중단됐던 일이 있다.

 이런 상황은 꼭 필요하지 않는 투자를 진행해 전반적인 망 운용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까지 불러오고 있다. 이동통신 품질평가는 하루 내내 자동차가 몇 대 지나갈까 말까 한 시골길에서도 어김 없이 진행된다. ‘국토 대비 통신 커버리지 100% 달성’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곱씹어봐야 한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이 거의 사용되지도 않은 지역에까지 커버리지를 구축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투자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면서 “이 때는 정말 투자해야 할 차세대 네트워크 등에 투자가 미뤄질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국회에서도 역시 품질평가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2009년 방송통신위원회 추가경정 예산안’ 288억원 가운데 유일하게 4억원을 삭감했는데 이것이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와 관련된 비용이었다. 전병헌 소위원장은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요구액 30억원은 이용자 수가 적은 와이브로 서비스를 평가하는 등 과도하다는 판단에서 4억원을 삭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문방위 전문위원실은 “품질평가 비용으로 당초 예산(14억원)보다 214%나 늘어난 30억원을 편성한 게 타당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사업에 추가로 투입될 예산 30억원으로 창출될 고용효과가 26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조사결과 발표는 방통위의 ‘사전규제 완화, 사후규제 철저히’라는 기본 방침과도 어긋난다. 소비자의 선택을 기반으로 통신서비스사업자들이 건전한 품질 경쟁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비자가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을 통한 자발적인 품질 고도화를 이끌어야 한다.

 업계 전문가는 “진정 소비자의 소비와 서비스 선택에 도움을 주고 싶다면 보조금 경쟁이나 과다한 경품 등을 철저히 관리해 그 효익이 소비자에게 돌아가도록 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