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환경에서는 게임이 ‘노는 것’이라는 전제를 둬야 한다. 모니터 안의 환경을 이용자가 재미있고 놀기 편하게 만들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그려 넣어야 하느냐는 문제, 미술에서 말하는 생략·강조 같은 보편적인 원리가 더 우선되는 때가 많다.
아바 개발 당시 자세하게 묘사하며 현실적인 것만 따라가다 보니 개발 도중엔 ‘놀기에 좀 피곤한’ 모양새가 되기도 했다.
‘좀 피곤하다’는 광범위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원인과 조건을 조사하고 파악하고 정리해야 했고, 개선을 위한 여러 샘플을 만들어 테스트를 했다. 테스트 과정에서의 요령은 언제고 엎을 수 있는 프로세스와 포기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여지를 융통성 있게 구비하는 것이다 .
신기술을 ‘적용해 놓는’ 것만으로 개발이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처음 HDR 효과를 구현한 화면을 봤을 때 앞으로 개발될 다른 맵들에 대한 비전이 무럭무럭 커져갔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눈이 아파왔다.
아바는 이용자에 따라서는 꽤 긴 시간이라도 총구의 화염을 보며 현실 같은 지형지물 사이에서 사람을 찾아내어 맞춰야 하는 게임이다. 극도로 정밀한 풍경을 묘사하자는 아이디어에 조정이 필요해졌고, 새로 적용한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의 변화도 필수였다.
HDR 기술은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을 나갔을 때 눈앞이 환해지는 현상이라든가, 태양을 봤을 때 온 세상이 하얘지는 등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이용자의 눈 조리개가 실제처럼 느끼게끔 강제로 표현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현실적이긴 하지만 생활의 불편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둔 곳에 갑자기 들어갔을 때 빨리 눈이 적응했으면 하는데, 시야 확보가 최대 관건인 FPS에서는 게임의 묘미보다는 불편함이었다.
게임을 개발하는 중에 어떤 문제점이 발견되면 대개는 둘 중 하나의 방법을 취하게 된다. 그 부분을 완전히 제거하거나 조정하거나.
조정의 방법은 균형을 맞춘다는 관점에서 시작해 맵핑기술, 노말맵, HDR 스카이의 색상조정, 프로그래머들의 프로그램 수정, 연일 밤새우며 렌더링하는 과정을 거쳐서야 어느 정도 안정된 프로세스와 결과가 나오게 됐다.
기술의 특징을 이용자에게 강요하지 않는 방법과 어떤 기술을 사용하고 무엇을 연출하든 ‘플레이 중심적’인 사고를 더 많이 하게 됐다.
이 사례에서 배운 것은 개발을 하거나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형태는 필요를 따른다’는 원리를 지켜야 한다는 사살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이 재밌을 것 같은데’로 빠질 위험성은 언제나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