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의 시스템 에어컨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1998년 첫 제품을 내놓은 이후 10여년만에 에어컨(AC) 사업부 매출의 30%를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2012년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 설 것으로 보인다.
불모지와 같았던 시스템 에어컨 시장에서 LG 브랜드를 알린 주인공이 바로 김병순 에어컨연구소 연구위원(51·상무급)이다. 김 위원은 2005년 LG 시스템 에어컨 간판 모델인 ‘멀티브이’를 개발해 LG전자의 점유율을 크게 높여 놓였다.
“시스템 에어컨은 빌딩·건물 등에 주로 설치하는 상업용 대형 에어컨을 말합니다. LG전자는 에어컨 시장 세계 1위를 수 년 동안 놓치지 않을 정도로 기술력이 있지만 시스템 분야는 90년대 후반 진출했습니다. 1997년 말 200여명을 중심으로 시스템팀을 발족한 게 계기였습니다.”
김 위원은 “당시 대형 에어컨은 중앙공조 방식이 대세여서 시스템 에어컨이라는 개념 조차 생소했다”고 말했다.
주로 병원을 집중 공략했으며 ‘빌트 인’ 방식의 특성을 고려해 건설업체에 무료로 기술 상담까지 제공하는 ‘종합 카운슬러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이후 LG전자가 기선을 잡은 것은 2005년 ‘멀티브이 (Multi V)’ 덕분이었다.
“시스템 에어컨은 실외기 성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멀티브이는 일반 가정용에 비해 최대 15배에 이를 정도로 출력이 높아 에너지 효율성도 아주 뛰어 났습니다.”
멀티브이는 김 위원이 가장 공들인 제품이다. 그는 LG전자 내에서 ‘멀티브이 제품 아버지’로 불린다. ‘2005 멀티브이 슈퍼1’을 시작으로 2007년 ‘슈퍼2’, 올해 ‘슈퍼 3’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올해 출시한 슈퍼3는 국내 151건, 해외 116건의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기술력과 노하우가 집약돼 있다.
“전 세계 60여 개 국에 출시하는 LG전자 시스템 에어컨은 모두 제 손을 거친다고 보면 됩니다. 에어컨은 단일 제품이지만 지역·설치 환경별로 특성을 고려해 최적화할 때 제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지역특화형 제품을 발빠르게 개발한 것도 LG전자가 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김 위원은 “시스템 에어컨이 점차 ‘고효율’로 가고 있다”며 “기술 리더십을 통해 세계 에어컨 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