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view point -고도겐지 고도경영종합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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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나는 CIO BIZ+ 칼럼에서 경영자원 중 하나인 ‘정보의 공유화’가 ‘사실의 공유화’라고 말한 바 있다. 사실의 공유화란 가시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무엇을 어떻게 사원들과 공유할 것인지를 말한다. 특히, 고객으로부터 받은 항의, 예를 들어 품질문제·납기지연 등의 크레임에 대해서는 전 사원이 정확하게 사실과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실상은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영업 및 서비스 부문이나 고객 상담센터의 사원들만 고객의 항의를 파악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래서는 제아무리 사장이 ‘항의 제로! 고객 신뢰 회복!’을 외쳐댄들 사원들은 강 건너 불구경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리코그룹 사장 재임 시절에 제품 항의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다. 특히 2대 사장인 다테바야시 미키오씨는 이러한 사태를 어떻게 극복할지 매우 고심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전 사원에게 위기감을 갖게 해 품질 제일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 고민 끝에 다테바야시씨는 고객의 소리를 여과 없이 그대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그대로 전 사원에게 전달했다. 고객으로부터 걸려온 불만의 소리를 그대로 녹음해 휴식시간에 방송으로 전 사원에게 들려주었던 것이다.

 보통 때는 경음악이 흐르던 식당에 ‘사장 바꿔!’‘당장 책임자 오라고 해!’라는 격한 항의 내용과 함께 상담센터의 여사원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대응하는 소리들이 식당에 생생하게 울려 퍼졌다. 모두 너무 놀란 나머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구나’ 하며 사원 모두 위기의식을 느낀 건 말할 나위도 없었다. 이를 통해 전사적으로 항의를 박멸시키기 위한 활동이 전개됐다.

이는 ‘고객의 소리’를 ‘가시화’한 대표적 사례다. 다테바야시씨는 1975년 일본의 품질관리 시스템 최우수기업에 수여하는 ‘데밍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나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나는 1993년부터 1996년까지 중국 상하이에 설립된 일본·중국 합자회사인 상하이리코FAX유한공사의 대표를 맡은 적이 있다. 당시 겪었던 어려움 중 하나가 제품 조립과정에서의 품질 불안정이었다.

 표준화된 작업이 정착되지 않아 불량품이 다수 발생, 제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특히 고가부품(프린트 기반·렌즈 등)에 불량이 발생할 경우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인건비가 싼 반면에 품질 문제가 커다란 걸림돌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착안한 방안이 전날 발생한 불량품을 공장 입구 로비에 전시하는 것이었다. 불량품에는 발생장소(공정), 불량부분, 내용을 명시하고 불량으로 발생한 비용(구매단가·인건비)을 표시했다. 그리고 매월 품질 목표치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했을 경우 전 사원에게 보너스 100위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당시 작업자 월급은 약 450∼500위안이었다.

 전 사원은 매일 아침 출근 시 반드시 로비를 통과하게 된다. 로비를 지날 때는 어김없이 전날 발생한 불량품이 눈에 들어오게 되어 있다. 불량 발생 비용의 볼륨과 목표 달성 시의 보수가 품질 의식과 작업 의욕으로 연결되면서 품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불량의 ‘가시화’다.

 이와 같이 ‘가시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정상과 비정상 여부를 누가 언제 봐도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현장 조성의 기본이자 도요타식 생산방식의 기본이기도 하다.

 동일하게 경영의 가시화도 중요한 요소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전 사원에게 무엇을 공개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는 간혹 시장에서의 항의나 지역 주민의 고충, 또는 제품 원가 구성 중 전 사원에게 공개하기 어려운 사항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시화’는 ‘공개화’다. ‘공개화’에는 경영자의 ‘의사와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공개하기로 결단한 내용은 가능한 사원이 알기 쉽게, 그리고 위기감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지혜와 노력도 필요하다. 사원과 하나가 되어 기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가 온다.

 기업이념 아래 전 사원이 동일한 노력으로 최선을 다해 업무에 임하기를 원한다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 중 극비에 해당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공개해 가시화를 이루어야 한다.

 세계 제일의 IT 선진국인 한국! IT사회란 ‘정보공개’를 의미한다. 발신 없는 수신은 없다. 기업이 솔선하여 정보를 외부에 발신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비즈니스 파트너인 사원에게 ‘가시화’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kenji.godo@jocm.home.ne.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