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리서치인모션(RIM)은 ‘블랙베리’로 큰 성공을 거뒀다.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히트시켜 블랙베리를 스마트폰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하지만 고민이 늘 따라다녔다. 바로 블랙베리의 아이콘이다시피 한 ‘트랙볼’ 문제다. 작은 공과 같은 모양의 트랙볼은 마우스를 조작하듯 상하좌우로 굴려 손쉽게 메뉴를 고르는 장치다. 편리함에 처음에는 호평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부에 먼지가 끼고 외부 충격에 트랙볼이 함몰하기도 해 소비자 불만이 커졌다. 림은 이 때문에 가죽 케이스를 함께 줬지만 임시방편이었다.
국내 한 중소기업이 블랙베리의 상징과도 같은 트랙볼을 ‘광 조이스틱’이라는 새 부품으로 바꿔놓았다.
휴대기기 입력솔루션 전문 업체인 크루셜텍(대표 안건준)은 캐나다 리서치인모션에 광 조이스틱을 공급한다고 9일 밝혔다. 이미 양산 공급해 지난 5일 미국에서 발매된 ‘블랙베리 커브 8520·사진’에 처음으로 탑재됐다.
광 조이스틱은 손가락의 움직임을 감지해 휴대폰 화면 내에서 커서를 조정하는 초소형 장치다. 광마우스처럼 무색 광원인 LED로 손가락 표면 이미지를 얻은 다음 그 이미지 데이터를 나노 광학모듈을 통해 이미지 센서에 전달한다. 이미지 센서에 출력한 데이터는 컴퓨터 마우스 커서와 동일하게 휴대폰에서 작동한다.
크루셜텍은 계약 조건상 구체적인 공급 물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 회사의 광 조이스틱을 탑재한 모델은 RIM이 시장 확대를 위해 학생층을 타깃으로 한 전략 상품이어서 월 최소 10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추산된다. RIM은 차기 제품에도 크루셜텍의 광 조이스틱을 적용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더 많은 공급이 기대됐다.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는 “블랙베리에 광 조이스틱을 공급하기 위해 수년을 투자한 끝에 얻은 성과다. 블랙베리의 상징과도 같은 트랙볼을 우리 기술로 대체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설립된 크루셜텍은 휴대폰에 사용될 정도의 얇은 광 조이스틱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발, 양산하는 기업이다. 이 분야 기술 특허만 100여 건을 확보해 놓았다.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부품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소니에릭슨, 샤프, HP 등 글로벌 업체에 광 조이스틱을 공급한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7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