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기업] 유경테크놀로지스

영문판 휴대형 단말기 정보 사이트 ‘UMPC 포털(umpcportal.com)’.

하루에도 세계에서 수 천명의 IT 얼리어답터가 찾는 곳이다.
노트북에서 넷북, PMP까지 전 세계에서 출시되는 휴대형 단말기와 관련한 제품 리뷰·사용 후기·소비자 평가 정보 등을 전문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달 초 소비자가 뽑은 ‘톱5’ 제품에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두 개나 올라 눈길을 끌었다.
‘빌립’ 브랜드로 지난해 출시한 멀티미디어 단말기 ‘X70’과 올 3월 선보인 휴대형 인터넷 단말기(MID) ‘S5’가 주인공이다.

◇통신 장비에서 멀티미디어 단말 사업으로=‘X70’과 ‘S5’를 개발해 IT 마니아를 홀린 업체가 바로 유경테크놀로지스(대표 유강로)다.
유경은 멀티미디어 단말기 분야의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늦깎이’로 단말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마니아를 중심으로 이미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연이어 히트 제품을 출시하면서 산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올해로 설립 10년을 맞는 유경이 단말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시점이 2005년.
유강로 사장은 “미래를 위해 새 사업이 필요했고 장비와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보고 단말 시장에 뛰어들었다” 며 “HD TV 영상 기술 노하우를 기반으로 휴대형 제품을 내놓은 게 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온 첫 제품이 2005년 10월 PMP ‘P1’이었다.
소비자 공모를 통해 ‘빌립(viliv)’이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비주얼 라이브(Visual Live)’ 약자인 빌립은 소비자 공모로 당선된 작품으로 살아 있는 영상을 제공한다는 제품 취지가 그대로 담겨 있다.
이어 2006년에는 7인치 내비게이션 ‘N70’ 과 9월 PMP ‘P2’를 선보이며 제품 라인업을 늘렸다. N70은 출시 5개월 만에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으며 P2는 예약 판매 30분만에 3000대 전량 매진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P2 사태’가 빌립 성공의 원동력=빌립 브랜드를 시장에 알린 대표 제품이 바로 조기 매진한 P2 제품이었다.
P2는 당시 차세대 단말기로 관심이 높은 멀티미디어 동영상 재생에 초점을 맞추었다. 후발 주자였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예약 판매분 3000대에 이은 3차에 걸쳐 팔린 예약 판매 대수가 7000대에 달했다.

그러나 P2는 약간의 버그 문제로 거센 소비자의 후폭풍을 맞았다. 유경은 이를 ‘P2 사태’로 부른

멀티미디어 사업 부문을 맡고 있는 정진광 본부장은 “다행히 사업 초기에 P2 제품의 시행착오를 통해 품질과 서비스 중요성을 실감했고 이를 계기로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후 출시한 제품 모두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08년 PMP와 내비게이션을 결합한 ‘X5’는 이틀 만에 예약 판매분 2000대가 모두 팔려 나갔다. X5는 5만대 판매 실적을 올렸다.
‘2008 디지털 어워드’에서 PMP 부문 1위로 뽑힐 만큼 인기를 얻었다. 후속 모델인 휴대가 가능한 7인치 ‘X70’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지 7시간 만에 1000대가 팔렸다.

◇“소비자에 답이 있다”=멀티미디어 사업은 올해 더욱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 4월 선보인 MID ‘S5’는 불황이지만 8시간 만에 예약 판매분 1000대가 모두 소진됐다.
프리미엄 버전 ‘S5 F-Log’는 홈쇼핑 방송 15분 만에 준비 수량 300대가 모두 팔려 홈쇼핑 관계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8월 출시한 ‘S7’ 도 예약 판매에서 5시간 만에 준비 수량인 1000대가 모두 매진됐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유경이 연착륙한 배경은 한 마디로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제품에서 서비스까지 우직할 정도로 원칙을 고집했다.
먼저 제품 측면에서는 휴대형임을 감안해 배터리에 기술력을 쏟아 부었다. S7의 배터리 사용 시간은 9시간이 넘는다. 아침에 한 번 충전하면 업무 시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MID는 물론 넷북과 같은 제품을 통틀어도 처음이다. 디자인도 중소 브랜드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스타일’이 살아 있다.

무엇보다도 소비자와 꾸준한 신뢰를 쌓은 게 주효했다. 멀티미디어 단말 사업부를 책임지는 유승진 부사장은 지금도 짬만 나면 컴퓨터 앞에 앉는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제품 홈페이지에 접속해 소비자와 직접 일대일로 상담하고 기술에서 제품 사용법까지 거의 실시간으로 대응해 준다. 소비자를 위한 작은 노력이 결국 빌립 브랜드 전체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진 것이다.

◇해외 시장으로 ‘진군 나팔’=유경은 해외에서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꿈꾸고 있다. 불과 2년 전 만해도 해외 실적은 ‘제로’였다.
단말 사업을 시작하면서 해외 마케팅팀을 만들고 수출 판로 조사, 현지 시장 상황 분석은 물론 해외 전시회에도 꾸준히 명함을 내밀고 있다.

지난해 가전 전시회 ‘CES’에 참가해 수출을 위한 물꼬를 텄다. S5는 홍콩·일본·중국 등 아시아권과 미국·유럽 4개국에 현지 파트너 계약을 맺는 등 성과를 올렸다.
6월 홍콩에서 출시한 S5 프리미엄 3G 모델은 준비한 1000대가 모두 매진되고 7월 미국에 내놓은 ‘X70 EX’ 도 6시간 만에 1200대가 팔려 나갔다. 이 뿐 아니다.
지난달 일본에서 진행한 프로모션에서도 2000대가 팔려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빌립은 국내 제품 가격보다 오히려 해외 가격을 높게 책정할 정도로 해외에서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유승진 부사장은 “해외는 우리보다 무선 인터넷 환경이 잘 구축돼 MID와 같은 휴대형 단말 시장은 오히려 국내보다 더 빨리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