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 대학을 졸업하고 신입 사원으로 첫 입사한 이후 40여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맡았던 수많은 직책 중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김중조 에드워드코리아 회장(64)은 한국인으로선 두 번째로 지난 달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회장직에 선임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1970년 미국 실리콘 밸리에 설립된 SEMI는 세계 반도체 장비·재료 산업 및 평판 디스플레이(FPD) 산업의 이익을 도모하는 세계 유일의 국제 협회 단체로 우리나라 180여개 기업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1935개의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으며 회장직 임기는 1년이다.
그는 SEMI 회장직을 수락하기까지 적지 않게 고민했다고 한다. SEMI 이사회의 회장이 될 거라곤 감히 기대하지도 못한 데다 협회 발전에 스스로 커다란 보탬도 하지 않았다고 나름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상하이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추대되었음을 통보 받고 임기 동안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매우 고통스럽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차기 SEMI 회장직을 겸허하게 수락했다. 그는 “선거를 통한 경선도 아니고 영향력 있는 이사들을 찾아 다니며 로비를 해서 얻어지는 자리도 아니었다”며 “특히 회장직은 이사회의 결정을 거절할 수도 없는 고귀한 지위라고 생각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SEMI 직원들이 도움을 줄 터이니 얼굴에 인자한 웃음만 잃치 말고 그 동안 해왔던 대로 성실히 회의와 행사에 건강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켜주기만 하면 된다’는 지인의 조언도 한 몫 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1년의 회장 임기 동안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175명의 SEMI 임직원은 모두 저의 고객인 것은 물론 1935개 SEMI 회원사 모두를 가장 소중한 고객으로 섬기겠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이 매우 어려운 시련을 맞이하고 있고 많은 도전과 변화에 능동적인 대응 없이는 회원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이러한 봉사 정신으로 회장의 직분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로 했다.
그는 SEMI 회장으로서 1년 동안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없지만 한 가지 만큼은 변화를 준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SEMI 전시회가 점점 고객(소자 기업)의 흥미를 잃어버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고객들이 반도체 불황으로 설비 투자를 꺼리다 보니 전시회가 썰렁합니다. 구매에 가치를 둔 전시회가 설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그는 “제품을 전시회에 갖다 놓고 고객에 신제품을 소개하는 종전의 전시회가 아닌 고객에 새로운 가치를 안겨주는 다른 형태의 전시회를 만들겠다”며 “특히 불경기로 어두운 면이 많지만 그 속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찾아 회원과 고객에 전달하는 데 열중하겠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