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리얼 그린 비즈니스] (2부-12)그린홈 ①르포:그린홈 제로하우스를 가다

[GO! 리얼 그린 비즈니스] (2부-12)그린홈 ①르포:그린홈 제로하우스를 가다

 경기도 과천 국립과천과학관에 있는 ‘그린홈 제로하우스’로 가자면 기초과학관을 통과해야만 한다. 마침 여름방학을 맞아 전시관을 찾은 학생들로 전시관은 부산했다. 기초과학관에서는 플라즈마·테슬라코일 등 어려운 개념들을 설명하기 위해 첨단 기자재가 대거 동원됐다. 집중도가 낮은 학생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게 첨단 영화관 시설도 마련됐다.

 반면에 과학관 옥외시설로 지어진 그린홈 제로하우스는 겉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집이다. 마치 과학관 관계자들의 임시 기숙사를 보는 듯하다. 앞서 지나쳐온 기초과학관과는 전혀 딴판이다. 이유를 들어보니 이해가 갔다. 일반 주거환경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기술로 채우다 보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 모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린홈 제로하우스에 설치된 각종 친환경 기자재는 그만큼 활용성과 완성도가 높다.

 ◇쓰고 남는 전기는 한전으로=그린홈 제로하우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눈길을 끈 것은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집 안의 실내온도와 밝기를 유지하는 데 쓰이는 전기의 양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에너지 소비량은 줄곧 마이너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약 -2㎾ 안팎의 수치가 연속적으로 표시됐다.

 전시관 안내를 맡은 김명화씨는 “옥외에 설치된 태양전지에서 전기를 생산해 사용하고 남은 전기는 한국전력에 판매한다”며 “조명을 별로 켜지 않았기 때문에 남는 전력이 많다”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수치는 전기가 남아 한전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그린홈 제로하우스 지붕에 태양전지 모듈이 널찍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서 시간당 2.7㎾의 전기가 만들어진다. 일부러 안방과 화장실 조명·환기팬을 돌려보니 수치가 -1.5㎾에 가까워졌다. 그래도 0㎾까지 도달하지는 않았다. TV·주방기기·컴퓨터 등을 동시에 사용할 때만 빼면, 자체 생산하는 전기만으로도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해 보였다.

 ◇패시브 요소, 집 안 곳곳에=그린홈 제로하우스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창문이 많다는 점이다. 거실 한 면이 통째로 창호로 된 것은 물론이고 각 방에 되도록 태양 빛이 많이 들 수 있도록 창문을 크게 달았다. 난방비와 실내조명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청정기술을 이용,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액티브 요소기술’과 달리 생산된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이른바 ‘패시브 요소기술’이다. 심지어 천장 일부도 유리창으로 돼 있다. 자동 블라인드를 걷자 태양빛이 그대로 거실 바닥에 내려 앉았다. 창이 많으면 열 손실이 많을 것 같지만 기우에 불과하다. 모든 창은 두꺼운 3중 창호로 돼 있다. 단열은 물론이고 방음효과도 뛰어나다. 여름에는 냉방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창문 바깥쪽에는 블라인드를 설치했다. 이 같은 기술들을 합쳐 그린홈 제로하우스는 제곱미터당 단 1.5리터의 난방유로 겨울을 지낼 수 있다. 일반 주택은 공동주택이 12∼15리터, 단독주택은 15∼20리터까지 사용하는 것과는 큰 차이다.

 ◇투자비용 회수, 10년 내 가능=태양전지 모듈과 각종 단열자재들을 제외하고도 그린홈 제로하우스에는 친환경 기술이 수도 없이 많다. 집 안의 모든 콘센트는 사용하지 않을 때 대기전력을 차단할 수 있는 절전형 제품이 사용됐다. 플러그를 꽂는 부분 바로 옆에 각각 스위치가 달려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도 빠질 수 없다. 거실은 물론이고 안방과 화장실까지 LED 조명이 대거 사용됐다. 워낙 채광이 잘 되는 구조로 지어져 있어 등기구 수에 비해 실내는 밝다. 바닥에도 독특한 아이디어가 가미됐다. 철거시 건축자재를 떼내어 재활용할 수 있도록 건식구조로 지어졌다.

 냉난방에는 최신 지열히트펌프가 사용된다. 지열히트펌프는 땅속에서 열을 흡수·압축해 냉난방에 사용한다. 그린홈 제로하우스에 설치된 제품은 기존 냉난방용과 온수용 히트펌프를 하나로 합친 ‘하이브리드형’이다. 설치공간 및 온도조절 효율이 기존 제품에 비해 높다. 에너지효율을 나타내는 수치인 ‘성능계수(COP)’가 4.6에 이른다. 업계 COP 평균치는 냉방 시 3.2 내외, 난방 시 3.5 안팎이다. 김명화씨는 “지하 150m 깊이에 열원흡수 장치가 설치되기 때문에 외기 온도와 상관없이 냉난방이 가능하다”며 “제품 크기도 작아 설치공간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종 친환경 기술들이 곳곳에 숨어 있지만 건설에 추가되는 비용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에너지 경감기술(패시브 요소기술)에 사용되는 각종 기자재들에는 기존 건축공사비 대비 7∼10%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태양광·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 도입에는 약 10∼15% 정도의 비용이 더 소요된다. 그러나 냉난방 및 전기요금에서 절감되는 부분을 고려하면 길어야 10년 정도면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주택의 평균수명을 고려하면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