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 2.0] 그린 선진국 國格 높인다

 녹색성장, 산업이 핵심이다.

 녹색성장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녹색성장발전전략 및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10년까지 녹색성장 인프라를 확립하고, 2013년까지 녹색기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키로 했다.

 2020년까지 세계 7대 녹색성장 선도국가로서 후발국의 녹색성장을 지원하고, 2050년까지 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성숙한 국격(國格)의 녹색선진국을 달성한다는 포부다.

 녹색성장발전전략 및 5개년 계획의 3대 전략은 △기후변화 적응 및 에너지 자립 △신성장 동력 창출 △삶의 질 개선과 국가 위상 강화다. 모두 산업계가 떠안아야 할 몫이다. 하위 10대 정책방향을 면면히 들여다봐도 마찬가지다. 산업은 녹색성장의 핵심이다.

 하지만 기존 경제성장 패러다임은 한계에 직면해 있다. 가격경쟁력과 제조업 수출 중심의 산업 발전전략은 이미 중국이라는 세계 공장의 등장으로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창출 모델로 변환하지 않으면 현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버겁다.

 우리나라는 1993년에 이미 GDP 규모로 세계 12위를 기록했지만 이후에도 11∼13위 수준으로 제자리 걸음이다. 현 경제구조에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은 1415억달러로 총 수입액의 32.5%에 이르고 있으며 매년 그 비율이 증가 추세다.

 게다가 미국은 ‘포괄적 기후변화법안’에 오는 2020년부터 탄소관세 부과규정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EU도 오는 2010년이면 에너지 효율이 낮은 가전제품에 대한 판매를 금지한다. 세계 주요 국가들의 녹색보호주의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최근의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는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 산업·기술, 생활전반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전 분야를 저탄소형태로 전환해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신규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바로 녹색산업이다.

 녹색산업은 일반적으로 친환경·탄소배출 저감에 기여하는 모든 생산과 서비스를 일컫는다. 기술발전 정도에 따라 범위가 무한히 확장될 수 있지만 현재는 신재생에너지·그린카·발광다이오드(LED)·그린IT·그린홈·폐기물 재활용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태양광 산업의 경우 매년 4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5GWh를 달성, 2011년에는 121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전력설비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풍력발전은 지난해 세계시장 규모만 500억달러에 달했다. 2013년엔 1000억달러 시장이다. 효자산업인 조선업이 현재 1000억달러 시장인 것을 감안하면 머지 않은 미래에 조선시장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LED·그린IT·그린홈은 저탄소 생활의 기반이 된다. 역시 산업계의 몫이다. 녹색성장은 산업계에 달렸다. 

 ◆산업계가 나선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각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들도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게 되면서 환경이 기업 경영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이미 모든 대기업들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녹색사업에 손을 대고 있으며, 이미 계열사에 업무를 분담, 수직계열화를 이룬 경우도 있다.

 녹색성장이 머지 않았음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는 이미 1996년 이후 ‘경영·제품·공정·사업장·지역사회’ 등 5대 녹색화 사업을 통해 경영 전반에 걸친 친환경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제품환경팀을 신설, 친환경제품의 개발 및 보급을 확대했고 신제품 개발단계 친환경평가 및 3R(Reduce, Reuse, Recycle) 정책을 실현했다. 이 같은 일련의 활동은 현재 전 세계 전자기업 중 글로벌 6대 환경마크 최다 취득이라는 성과의 토대가 됐다. 지난달에는 ‘녹색경영 선포식’을 개최, 2013년까지 녹색경영을 위해 5조4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LG는 지난 2005년부터 태양광발전사업에 진출, LG CNS가 프로젝트 수주 형식으로 총 국내 8개 지역에 18개 발전소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LG화학·LG전자·LG솔라에너지 등 계열사별로 원재료 생산부터 발전소 건설까지 역할분담을 확정해 태양광 산업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LG화학이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만들고 이를 실트론이 받아 웨이퍼로 만들면 이후 LG전자가 웨이퍼를 가공해 태양전지 셀과 모듈을 만드는 방식이다. LG CNS는 태양광발전소 사업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최종적으로 LG솔라에너지가 태양광발전소의 건설과 운영을 담당하게 된다.

 LS그룹의 경우 하이브리드 및 수소연료전지 차량 등 미래형 자동차의 핵심부품과 태양광 발전시스템 등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LS전선은 지난해 풍력발전용 전선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에 성공, 수입대체효과는 물론 글로벌 시장개척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LS산전은 이미 지난 1986년 국내 최초로 태양광 발전사업을 시작한 ‘태양광 발전의 원조’다. 20년 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현재 청주공장에 연간 40㎿ 규모의 태양광 모듈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제주도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 조성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동제련 회사인 LS-니꼬동제련은 2004년 페루 마르코나 동광산 지분 15%를 인수한 이후 콘데스타블(7.3%), 리오블랑코(10%), 볼레오(8%) 광산 투자 등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원재생사업을 신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LS그룹에서 기계·부품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LS엠트론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와 풍력발전설비 등에 사용되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인 울트라 캐패시터(UC)의 사업성장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 취임 이후 열린경영, 창조경영과 더불어 환경경영을 3대 경영이념으로 채택했다. 지난 7월 7일 ‘Global Green Growth Leader’ 비전아래 ‘범포스코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또한 저탄소 체제 구축을 통한 철강업계 최고의 경쟁우위를 지속하는 한편, 녹색신사업 발굴·육성으로 비철강 부문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범포스코 녹색성장 마스터플랜을 오는 10월에 수립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청정 석탄(Clean Coal) 기술 확보와 함께 풍력,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해왔다. 두산중공업은 해상풍력시스템(2006년 8월),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2006년 12월), 연료전지(2007년 10월) 등 신재생에너지 국책과제 주관기관에 잇따라 선정되면서 국산화에 매진하고 있다. 2006년 말에는 영국의 미쓰이밥콕(현 두산밥콕)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원천기술을 보유한 캐나다 HTC사에 지분을 투자했다.

 SK그룹도 무공해 석탄에너지,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한 플라스틱·해양바이오연료·자동차용 배터리·수소연료전지·유비쿼터스 기반 친환경 도시 등의 연구에 올해 1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지난 2월 녹색성장팀을 출범, 추진체계를 갖췄다. 최근에는 녹색성장실로 조직을 확대하면서 본격적인 녹색성장의 틀을 닦고 있다. 녹색성장실은 전력그룹사의 녹색성장 관련업무의 콘트롤 타워역할을 맡게 되며, 성장동력 창출의 핵심이기도 하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그린산업에 진출한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각국의 정부 보조금과 연구개발(R&D) 지원을 적극 활용하고 안정적 바이어인 각국 조달시장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원천기술 확보, 규모의 경제 실현, 수직계열화 등 기존 제조업에서 통했던 전략을 구사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