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루비콘강을 건넜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의 김형국 위원장(67)이 지난 3일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를 확정하는 정부 내부 회의를 마친 뒤 한 말이다. 그만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컸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최근 15년간 OECD 가입국 중 최고치인 99%나 증가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를 감안할 때, 이번에 제시한 것은 가히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감축안에 산업계의 우려가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김 위원장은 “어떤 정부가 기업을 해치면서 (강행)하겠느냐”며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이 제시하는 기준에 맞추지 못하면 수출을 못하니까 기업도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선포 1주년이 갖는 의미에 대해 김 위원장은 “예전엔 경제와 환경은 대척관계였으나 지금은 공존해야 서로가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을 녹색성장이 웅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의 사례로 김 위원장은 순천만 습지를 언급했다. “지난 2002년까지만 해도 이곳 방문객은 10만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람사르총회 이후 습지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에는 260만명이 찾았습니다. 습지로 인한 도시경제 효과가 1000억원에 이른다는 게 순천시 측 설명입니다. 인근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경제 기여도가 7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녹색성장입니다.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이것을 ‘녹색은 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 하반기에도 그린에너지 기술전략 로드맵 마련을 비롯해 △녹색기술·산업 로드맵 수립 △생태관광 △자전거 이용 활성화 △녹색생활 국민실천운동 등 체감형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1942년 경남 마산생. 마산고를 나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 미국 UC버클리에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환경대학원장을 지내며 평생을 교단에서 보냈다. 교수 재직시절 정·관계는 물론이고 화투나 골프·잡기 등에 일절 손대지 않고 정년 때까지 연구에만 매진, 동료 교수나 후학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 활쏘기가 유일한 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