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을 모토로 하는 KT의 TV 광고와 온라인 광고가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모 시민사회단체가 KT 광고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등 성차별 내용을 담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이다. KT가 광고 취지를 해명했으나 해당 광고 중단을 요청받은 상태다. KT가 적지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 야심차게 준비한 마케팅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07년 옛 KTF와 LG텔레콤은 ‘과대포장’ 광고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KTF와 LG텔레콤의 해명과 반박이 있었지만 비도덕적 혹은 무책임한 행태라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졌다.
이 같은 일련의 논란은 ‘시시비비’를 가리기에 앞서 사업자의 정상적 기업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발생한 개인정보유출 사건으로 떨칠 수 없는 ‘불명예’를 감내해야 했다. 600만 가입자의 8630만건에 달하는 개인정보를 팔아먹은 회사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집단소송은 차치하더라도 SK브로드밴드의 개인정보유출 사건과 무관한 소비자마저 손가락질을 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SK브로드밴드는 부도덕하고 파렴치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스스로 포기한 기업이므로 시장에서 퇴출돼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SK브로드밴드가 고객 개인정보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원죄로 떠안은 셈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법률적으로 어떻게 결론 내려졌는지의 이해와 인식은 태부족이다. 지난 1월 검찰은 지난해 4월 경찰청사이버수사대가 주장한 SK브로드밴드의 5개 불법 혐의 중 단 한 건만 약식기소(벌금형)했다.
검찰은 △하나포스닷컴 ID 무단 생성 및 하나로드림 고객정보 제공 △텔레마케팅(TM)을 목적으로 유통망에 고객정보 제공 △TM 목적 부가서비스업체에 고객정보 제공 △해지자 고객정보 활용 등 4개 혐의에 증거불충분 및 무혐의로 불기소처분했다.
제휴카드 TM 목적으로 고객정보를 제공한 사실에 벌금 3000만원을 부과했을 뿐이다. 벌금 처분에 SK브로드밴드는 수용할 수 없다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소비자는 전무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SK브로드밴드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살펴보면 시민단체 등 외부의 ‘압력’에 따라 단행된 사례가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민단체는 이동통신 요금이 서민 가계를 축낸다며 요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해마다 주장한다. 이동통신사업자의 요금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논거가 반복된다.
지난 2002년 기본료 1000원 인하를 시작으로 2003년 발신자표시(CID) 요금 인하, 2006년 CID 요금 무료화에는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 한몫했다.
2003년 CID 요금 인하는 시민단체 요구가 도화선이 됐다.
정부는 시민사회 단체의 요구, 대통령비서실 협의, 당정협의 결과에 따라 이동통신사업자에 CID 요금 인하를 권고했고 SK텔레콤이 이를 수용한 것이 당시 정황이다. SK텔레콤과 KTF는 CID 요금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렸다.
2006년 1월 2차 CID 요금 인하는 25개 시민단체의 단문메시지서비스(SMS)·CID 요금 인하 주장에서 비롯됐다. SK텔레콤은 CID 요금을 무료화했다.
외부 압력에 의한 이동통신 요금 인하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시민사회단체가 연례 행사처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요금 인하 압박은 이동통신 사업자에 커다란 부담이지만, 볼멘소리를 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드러내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반박, 정면돌파를 선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도 의회도 아닌, 그렇다고 규제기관도 아닌, 사법기관보다 두려운 ‘소비자 정서’를 감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칫 불매운동과 집단소송 등으로 비화되면 매출 타격은 물론이고 기업 신뢰도 급락 등 예상치 못한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외면이라도 하는 때에는 기업의 도덕성마저 의심받기 일쑤다. 시민단체와의 소송 등으로 인한 기회비용은 산정조차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통신사업자에 규제기관 못지않게 시민사회단체도 무시할 수 없는 ‘복병’이다.
소비자의 이익을 앞세운 끊임없는 요금인하 요구는 물론이고 잇따르는 불매운동과 서비스 해지 운동, 소송 등으로 통신사업자의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도록 하는 등 발목을 잡는 사례가 허다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통신사업자는 강도 높은 사회적 책임 등 ‘의무’만 존재할 뿐 억울해도 하소연할 권리는커녕 호소할 곳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 이익 및 복지 제고를 위한 감시 활동과 사업자 간 과열·혼탁을 향한 날카로운 지적에 ‘공’ 자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여론몰이’ 혹은 ‘마녀 사냥’처럼 특정 집단의 이익에 부합되는 여론이 아닌 다양한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하는 건전한 감시와 비판이 전제돼야 한다.
학계 전문가는 “공공의 이익 향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의 최대한 활동은 보장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통신사업자의 사기는 물론이고 기업 본연의 활동을 저하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역학관계상 감시와 견제의 대상이 되는 통신사업자가 항상 약자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정서에 근거해 통신사업자를 본의 아니게 ‘여론재판’으로 내몰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는 통신사업자에 이중삼중의 부담이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OECD 회원국가 이동통신 요금 현황 (다량이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