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광다이오드(LED) 칩 원천 소재인 사파이어 기판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들이 공격적인 증설 투자에 나선다.
올해 들어 LED 백라이트유닛(BLU)과 조명 시장을 중심으로 LED 칩 수요가 폭증하자 현재 공급이 달리는 사파이어 기판 수급난을 해소하는 동시에, 세계적인 양산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시도다. 특히 사파이어 기판은 지금까지 대일 수입의존도가 컸던 대표적인 품목이라는 점에서, 향후 국내업체들의 양산능력 확대로 인한 산업 전반의 체질 강화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파이어 기판 업체들이 최근 급증하는 LED 칩 수요에 맞춰 대규모 증설 투자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2인치 기판이 주종이었으나, LED 칩 업체들이 양산능력을 대폭 키우기 위해 4인치 이상 기판 채용을 늘리려 하면서 이에 적극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다. 사파이어 기판은 LED 칩의 전공정인 질화갈륨(GaN)층을 형성시키는 필수 소재라는 점에서 LED 산업의 뿌리로 불린다.
국내 양대 사파이어 기판 업체 가운데 하나인 일진디스플레이(대표 심임수)는 올 들어서만 두차례의 설비 증설을 단행한데 이어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설비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총 2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금 가운데 48억원을 증설 투자에 투입, 2인치 기판 기준 월 생산능력을 20만장 이상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세계 1위 업체인 일본 교세라의 생산 능력과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목표”라며 “사파이어 기판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업체인 크리스탈온(대표 강진기)은 2인치 기판 기준 현재 월 8만장의 생산 능력을 연내 20만장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총 25억원의 추가 설비 투자를 단행한다. 이 회사는 사파이어 기판 생산 능력 확충을 통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세배 이상 많은 2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설비 증설이 완료되면 LED 칩용 전체 사파이어 기판 생산능력에서는 전세계 3위권, 4인치 이상 기판 기준으로는 선두권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가지 전세계 사파이어 기판 시장은 일본 교세라·나미끼와 대만 CWT·TXT 등이 주도해왔으나, 향후 LED 칩 시장 확대와 함께 주요 사파이어 기판 업체들의 양산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시장조사업체인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사파이어 기판 시장은 가장 유망한 단결정 반도체 산업으로 꼽히며, 매년 20% 이상씩 성장해 내년이면 세계시장 규모가 11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