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로 국민 모두 잘사는 나라 만들길"

"과학기술로 국민 모두 잘사는 나라 만들길"

 “KAIST가 내 꿈을 이뤄줄 것으로 믿는다. KAIST가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로 국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

 평생 피땀흘려 모은 3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KAIST 발전 기금으로 납부키로 한 김병호 서전농원 회장(68)이 12일 KAIST 대강당 세미나실에서 열린 약정식에서 내놓은 말이다.

 그동안 10억 원 이상의 KAIST 고액 기부자는 지난해 한의학계 원로인 류근철 박사의 578억원을 비롯해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300억원), 박병준 재미사업가(100억원), 닉 파팔라도 미국 메디텍 회장(25억원) 등 모두 4명이었다.

 김 회장은 “열일곱에 단돈 76원을 들고 상경해 안 해본 일이 없다. 정말 지독하게 일하고 무섭게 절약했다. 무더운 여름날 단돈 1원을 아끼려고 남들이 다 먹는 사카린 음료수조차 사먹지 안았다”고 자신의 어려운 시절을 회고했다.

 이토록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김 회장의 형제에 대한 우애와 교육에 대한 신념은 남달랐다고 한다. 7남매의 장남으로 동생들의 학업을 뒷바라지하느라 정작 본인은 공부할 기회를 잃었지만 한 번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적은 없었다는 것.

 김 회장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상을 치르고 남은 부의금을 친척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내놓을 정도로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얼마전 고향인 부안군 ‘나누미 근농(根農)장학재단’에 10억원을 쾌척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다.

 ‘버는 것은 기술이요, 쓰는 것은 예술이다’라는 말을 가장 좋아 한다는 김 회장은 KAIST에 거액을 기부하는 의미를 이 말로 대신했다.

 서남표 KAIST 총장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순수한 일념으로 기부해 주신 것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김회장의 숭고한 정신이 KAIST에서 열매 맺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