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 경기의 바로미터인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지난 3∼4년 동안 주춤했던 신·증설 투자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디스플레이 활황세와 반도체 회복이 PCB 업계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PCB는 전방 산업군의 선행지표로 하반기 이후 낙관적인 경기전망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PCB 업계의 설비 증설 투자 의미는 각별하다. 한국 상품의 대표 격인 휴대폰·반도체·LCD 외에 수반되는 일반 부품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PCB에 탑재되는 모든 부품의 업황이 PCB 업계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난 후 밝은 빛이 보이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PCB는 건재한 전자산업의 대표 아이템이다. LG이노텍과 삼성전기 등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심텍·대덕전자·이수페타시스·코리아서키트 등 중견 PCB 업체도 건재하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시장을 움직이는 분야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에 업체마다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향후 전망도 밝다.
LG이노텍은 반도체 경기 회복세에 따라 고부가가치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과 휴대폰용 비메모리반도체 기판 사업을 확대한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용 반도체 패키지 기판과 넷북용 기판 생산설비에 집중 투자한다. 중견업체들도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고부가가치 PCB에 100억원 안팎의 보완투자와 함께 수백억원대의 신·증설 투자를 단행한다.
전자산업이 불황기 탈출을 이끄는 견인차 구실을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 휴대폰·반도체·LCD 등 전방산업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 이들 산업 역시 중요하지만 핵심부품의 국산화로 이익의 극대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고부가가치 PCB 산업의 신증설 투자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