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글에서 안드로이드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이종영씨. 국내 소프트웨어(SW) 개발자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직장을 다니는 그는 이른바 명문대 출신도, 전공자도 아니다. 1998년 인하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 SW 교육센터에 발을 디디면서 처음으로 SW를 접했다. 당시 각광받던 인터넷네트워크 기술을 익힌 후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 야후코리아, 구글코리아 등을 거치며 자신의 커리어를 한 걸음씩 쌓아올릴 수 있었다. 그 결과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는 누구 못지않은 전문가로 성장했다.”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개발자들은 개발자대로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교육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산업 전반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는 아직 부족하지만, 교육으로 열악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문가가 없다면, 전문가를 키워낸다=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선행 투자를 마다하지 않은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당장은 전문가가 아니지만,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들을 먼저 채용한 후 이들을 전문가로 키워내는 방식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금액의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는 향후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돌아올 수 있다.
최근 각광받는 방식은 고용계약형 석사과정이다. 기업과 정부가 매칭펀드를 마련하고 이를 장학금으로 활용해 학생들을 교육시킨다. 학생은 입학 전 해당기업의 입사 면접에 통과해야 하고, 졸업과 동시에 그 기업에 취업한다. 학생은 학비걱정과 향후 취업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며, 기업은 미리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기업과 학생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경쟁률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올해 경쟁률이 4.3 대 1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3.6 대 1이었다.
SW 분야에서 인기를 끌자, 이 방식은 정보보호 분야로도 확산됐다.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정보보호 인력을 키우기 위한 고용계약형 석사제도를 도입했다.
사설 교육기관에 전문 교육을 기업이 의뢰하는 사례도 있다. 비트컴퓨터는 고용 전 학생들을 미리 교육시키는 ‘기업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이미 참여한 기업이 40개를 넘어섰다. 이들 중에는 연간 억원 단위의 비용 부담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수십명에 달하는 학생 교육을 맡기는 기업도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정부의 지원에 따른 무료 교육만을 선호하지만, 투자로써 보다 더 큰 효과를 얻는다는 것이 이러한 기업들의 생각이다.
교육 선행 투자는 다른 산업에서는 이미 인정받은 모델이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인재를 키우기 위해 성균관대 휴대폰학과 설립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취업이 보장되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미리 끌어모을 수 있었으며, 이들을 대학에서부터 전문가로 키울 수 있는 기회도 갖는 결과를 낳았다.
권문주 한국SW진흥원 팀장은 “고용계약형 석사과정은 교육 과정이 개설되고 3년 동안만 정부지원이 되고 이후에는 기업과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기업의 참가가 늘고 있어 3년 후에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스터디 커뮤니티 활기=주말이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고 실력을 쌓아가는 개발자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이르면 야근과 주말 근무에 심신이 피로하지만, 이들의 개발과 교육을 향한 열정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매주 스터디한 내용을 강좌로 만들어 블로그에 올리기도 한다.
멤버들이 공유한 내용을 파워포인트 자료와 육성으로 실어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스터디에 동참하지 못한 이들과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개발자포털사이트인 데브멘토나 데브피아 등에는 스터디 결과물을 공개하는 그룹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강좌들은 올라가기 무섭게 조회 수가 수천건에 이르고 동영상도 수백건씩 다운로드된다.
개발자를 위한 강좌도 늘 인기다. 매년 개최되는 자바개발자커뮤니티 콘퍼런스는 개최장소인 코엑스 그랜드볼룸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개발자가 모인다. 지방의 개발자들까지 상경을 마다하지 않고 매년 4000∼5000명에 달하는 개발자가 강좌를 듣기 위해 콘퍼런스를 찾는다.
이병희 모자이크넷 대표는 “직장에서 SW 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운용되는 사례가 거의 없어 개발자들의 강좌 요구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노하우를 나눈다=전문기관이 교육 강좌를 개설해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 TTA SW 시험인증센터는 SW 품질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쌓아왔던 노하우를 개발자들과 공유하고 품질 전문가를 키워내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SW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인증제도뿐 아니라 품질 전문가가 업계 전반에 확산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2003년부터 1336명이 일반 테스팅 과정을 밟고 현장에 투입됐으며 전문가 수준의 품질 인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고급 과정도 개설해 최근 5명이 배출됐다.
SW아키텍트포럼·정보통신기술사회블루보드·한국SW아키텍처그룹·SW엑스퍼트그룹으로 구성된 한국SW아키텍트연합회도 한국SW기술진흥협회와 함께 아키텍트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정기적인 모임을 거쳐 아키텍트들과 아키텍트를 꿈꾸는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도록 장을 마련했으며, 아키텍트 양성 과정도 만들었다.
아키텍트는 SW를 설계하고 개발할 때 비용에서부터 구조까지 전체 큰 틀을 짜는 사람들로 SW 개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국내에는 아키텍트가 극소수에 불과해 아키텍트들이 전문 아키텍트들을 양성하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윤태권 한국SW기술진흥협회 사무국장은 “아키텍트가 필요하다는 데 SW업계가 공감을 하면서도 막상 아키텍트를 키워내는 구조가 돼 있지 않다”며 “아키텍트 양성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