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운 코칭스태크로 시즌 3연승 노린다"

"두터운 코칭스태크로 시즌 3연승 노린다"

 e스포츠에서 가끔 대형 신인이 나온다. 임요환을 시작으로 최연성·마재윤·이제동·이영호 등 당대를 풍미한 스타 선수는 데뷔하는 해부터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반면에 감독은 대개 초년병 시절 고생한다. 스타 선수 출신 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의욕은 넘치지만 하위권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만큼 선수보다 훨씬 힘든 것이 감독이라는 자리다. 아무리 지식이 풍부해도 경험과 리더십이 없다면 감독으로서 제 역할을 하는 인물이 드물다.

 박용운 SK텔레콤 T1 감독(32)은 이 상식을 깼다. 감독 부임 채 1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한은행 프로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더욱이 과거처럼 반년짜리 리그 우승이 아니라 처음으로 연간 제도를 도입한 첫 번째 리그 우승이라 그 가치는 더할 나위가 없다.

 박 감독은 “오랫동안 기다리던 우승의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없는 영광”이라며 “선수들뿐 아니라 함께 고생한 코칭스태프와 구단 사무국에 모든 영광을 돌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감독을 일각에서는 ‘지나친 행운아’라고 평가절하하지만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은 ‘당연한 결과’라고 일축한다.

 박 감독의 게임을 향한 열정은 대단하다. 학창시절부터 게임을 좋아한 그는 스물 여덟 살에 늦깎이로 프로게이머 테스트에 지원했다. 28세면 일반적인 프로게이머 신인에 비해 열 살 이상 많은 셈이다.

 그는 “직장인 친구들에게서 타박도 많이 들었지만 프로게이머가 너무 하고 싶었다”며 “테스트에는 통과했지만 나이 때문에 선수로는 뛰지 못했고 바로 코칭스태프의 길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MBC게임 히어로의 전신인 POS 코치로 출발한 지도자의 길은 순탄했다. MBC게임은 2006년 시즌 전기리그에서는 준우승에 그쳤지만 후기리그 우승에 이어 통합 챔피언전에서 승리했다. 이후에도 프로리그는 물론이고 개인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이어갔다.

 2008년 2월 그는 안정적인 MBC게임을 떠나 SK텔레콤 T1 감독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SK텔레콤은 명문 구단이지만 당시 성적은 바닥을 달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모험이었다. 그는 7개월 만에 대행 꼬리표를 떼고 감독 자리에 올랐다. 감독이 되자마자 그를 기다린 것은 처음 도입되는 연간 시즌인 신한은행 프로리그였다.

 박 감독은 당시 상황을 두고 “리그를 시작하기 전 SK텔레콤에 대한 평가는 중위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실제로 초반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1위로 리그를 마무리했다”며 “그 비결은 다른 팀보다 두터운 코칭스태프의 힘”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코칭스태프는 박 감독을 포함해 네 명이다. 시즌 중에 해설자로 변신한 박용욱 코치를 더하면 다섯 명이다. 세 명을 넘기 힘든 타 구단과 다른 점이다.

 박용운 감독은 아울러 최고의 성적을 낸 김택용 선수에게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김택용 선수는 단지 많은 승리뿐 아니라 팀 전체 분위기를 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처럼 아직도 배고프다고 말한다. 마음속으로는 3연속 우승을 노린다고 고백했다. 프로리그 우승을 이뤄낸 새내기 감독이 앞으로 경험과 연륜이 쌓이면서 어떤 빛나는 성과를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프로리그 우승 후 받은 달콤한 휴가 중에도 다음 시즌 전략을 고민하는 그의 모습에서 명장의 미래가 그려진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