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동네북으로 두들겨 맞아도 말리는 사람이 없는 이유는 아동·청소년 보호라는 외피 때문이다. 게임기 앞에 앉아 때려 부수고 죽이는 게임에 몰두하는 자녀를 보며 부모들은 하나같이 착잡해 한다. 게임에만 빠져 지내다 친구도 없이 폭력적인 사람이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러나 혹시 이것이 오해와 편견이라면? 게임 연구자이자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인 셰릴 올슨 박사는 게임이 폭력을 부추기고 사회성을 저하시킨다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게임의 귀환’이라는 저서를 펴내기도 한 그는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잘못된 가정을 갖고 잘못된 질문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며 “공격성과 폭력은 정의하기도, 영향을 측정하기도 어렵다”고 신중하게 말한다. 그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2년간 미국 2개주 1200여명의 중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비디오 게임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10대 아들의 엄마이기도 한 올슨 박사는 “게임과 폭력성에 대한 수많은 언론 보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내면의 분노를 발산하고 감정을 추스리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특히 아이들이 현실과 게임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어른들의 우려와 달리 실제로는 대부분 현실과 게임을 잘 구분하며, 폭력보다는 게임에서 제공하는 모험과 경험을 원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연구 결과가 2009년 현재도 유효하며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게임 장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올슨 박사는 “그렇다”라고 확신했다.
그는 게임이 일방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하기 보다 오히려 어떤 성향, 어떤 환경의 아이들이 게임과 같은 미디어에 영향을 쉽게 받는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게임과 같은 미디어에 드러난 폭력은 학대 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아이들이 친구를 만나고 사귀는 통로 역할을 게임이 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안하는 것이야말로 또래집단내 사회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게임에 열중하는 자녀에겐 ‘중독’이란 딱지를 붙이기 전에 숙제는 했는지, 친구 관계는 좋은지 등 보다 근본적인 사항을 살펴보라”고 권한다. 더 나아가 “자녀와 함께 게임을 하라”고 충고한다. 자녀에게 게임을 배우면 사이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규제로 자녀의 게임 플레이를 통제할 수는 없다”며 “부모의 적절한 지도가 게임에 대한 유일한 교육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