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닉스디지탈테크, 보광그룹 분리 후 자금난 가중

 한때 보광그룹의 주요 하이테크 계열사였던 휘닉스디지탈테크가 워크아웃 상태에 들어갔다. 지난 3월 보광그룹의 계열 분리후 독자 생존을 모색해왔으나 결국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채권단의 도움을 통한 회생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인쇄회로기판(PCB)·반도체·LCD 설비 전문업체인 휘닉스디지탈테크(각자대표 박재욱·김태복)는 최근 주채권기관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에 앞서 보광그룹은 지난 3월말 홍석규 회장을 포함해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휘닉스디지탈테크의 지분(37.5%) 대부분을 과거 해외 관계사였던 ‘신텔’측에 넘겨 계열 분리를 단행한 바 있다. 보광 그룹에서 떨어져 나온뒤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워크아웃이라는 처방에 회사의 존폐를 맡기게 된 것이다.

보광은 현재 극히 소량의 지분만 보유한채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광 그룹 관계자는 “최근 휘닉스디지탈테크가 주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면서 “확답할 수는 없으나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처럼 휘닉스디지탈테크가 독자 생존 능력을 상실하고 워크아웃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이미 지난 3월 보광그룹의 계열 분리 당시부터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게 주변 업계의 관측이다. 지난 수년간 적자가 누적되면서 재무 상태가 꾸준히 악화된데다, 주력인 반도체·LCD 설비 사업 또한 고객사인 삼성전자로부터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보광그룹 입장에서도 계속 돈만 쏟아붓기 보다는 정리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휘닉스디지탈테크는 지난 1992년 설립후 17년 가까운 업력속에 기술력을 축적하고 최근에는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왔었다는 점에서 주변에서는 안타까운 시선이 적지 않다. 실제 휘닉스디지탈테크는 지난해만 해도 지식경제부의 ‘부품소재 공동주관 기술개발 신규과제’ 사업에서 ‘10㎛급 미세 멀티 롤투롤 연속 패터닝 기술 개발’ 총괄 기업으로 선정돼 주목받았다.

또 반도체 후공정 핵심 장비이자 전량 일본에 수입을 의존하던 ‘습식 웨이퍼 그라인더’를 세계 처음 개발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반도체·LCD 후공정장비 전문업체인 유비프리시젼과 웨이퍼 이송장비 업체인 싸이맥스를 각각 인수하며 외형을 확대하는 등 독자 생존을 위한 노력에 안간힘이었다.

휘닉스디지탈테크가 워크아웃에 들어갈 경우 채무상환 유예나 출자 전환 등을 통해 회생의 길로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보광은 지난해부터 6개 하이테크 계열사에 대한 본격 구조조정에 착수, 금속소재 재생업체인 휘닉스엠앤엠 매각한데에 이어 휘닉스디지탈테크를 계열 분리함으로써 지금은 코아로직·STS반도체통신·휘닉스피디이·BKLCD 등 4개사만 유지하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