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올해 대규모 흑자가 예상되지만 고유가와 환율 하락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어 내년까지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수입 급감으로 300억 달러 수준에 이르겠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이뤄지면서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올해 경상수지가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 형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환율이 하락하고 유가마저 상승하고 있어 내년에 수출과 수입이 정상화되면서 경상수지가 크게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불황형 흑자, 98년과 닮은꼴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충분히 300억 달러 안팎의 흑자를 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403억 달러 이래 11년 만에 최대 흑자폭이다.
올해와 1998년의 경상수지는 불황형 흑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불황형 흑자란 수출 호조로 인해 흑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극심한 경기침체 탓에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감소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1998년 최대 흑자가 동남아를 휩쓴 외환위기의 직격탄 때문이라면 올해는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로 수입 급감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1998년의 경우 수출은 1323억1314만달러로 외환위기가 발생한 97년보다 2.8% 줄어들었지만 수입은 932억8175만달러로 35.5%나 감소했다.
올해 역시 상반기 기준 수출은 1656억6819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2.6% 감소한 반면 수입은 1445억7226억 달러로 34.5% 줄어들어 수출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컸다.
◇ `고유가.환율 하락` 복병 산재
경기 침체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지난 6월까지 5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수입이 수출보다 크게 줄어서 발생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지난 6월 경상수지는 무려 64억3000만달러로 월별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흑자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는 지난 3월에 기록한 66억5000만달러다.
하지만 역대 최대 경상수지 흑자를 보인 3월에도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1% 감소했을 정도로 수출 상황은 좋지 않다.
이같은 상황은 8월에도 이어져 8월 1일~10일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60억9300만달러인 반면 수입액은 50.9% 감소한 80억6900만달러였다.
최근 들어 고환율과 저유가라는 보호막이 사라지고 있어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대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환율이 1천100원대로 내려가고 유가가 100달러대에 접근하면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며,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도 치솟고 있어 수입 확대 압력까지 받고 있다.
국제 유가는 최근 7개월만에 배 이상 상승하면 배럴당 70달러선까지 올라섰다.
재정부 관계자는 "수출도 감소했지만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면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고 있어 그리 기뻐할 상황이 아니다"면서 "더구나 하반기 유가가 오르고 원화마저 강세를 보일 경우 이런 흑자 기조마저 꺾일 수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