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송-기고/뷰포인트 고현진

 늘 그래왔지만 소위 선진기업 두어 곳에서부터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화두를 던지는가 싶더니업계, 정부, 사용자 등이 너도나도 줄서기에 한창이다. 우리나라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비롯해 소프트웨어(SW), IT서비스의 선진 사례를 만들 만큼 좋은 역량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식 국가로의 이행 등과 더불어 꽤 오랫동안 SW나 IT서비스 산업의 고도화를 이야기 했지만 여전히 아득한 느낌이다. 이제 우리가 좀 더 나아가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짚어본다.

 첫째는 우리가 이끌어 가는 리더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작은 창의성을 지속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꽤 앞서간다는 우리 IT산업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새로운 개념을 이끌고 포장하려는 시도조차 안 한다는 점이다. 그 동안은 배우고 따라가기 바빠서라고 이해를 한다지만 그게 버릇이 되어 이미 남이 만들어 놓은 화두에만 매달려 간다. 이제는 그 동안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의 경험과 창의성을 보태서 키워드화 하는 노력을 시도해야 한다. 업계의 공동노력도 필요하고 정부, 학계가 연결되는 오픈 연구개발(R&D) 등이 해법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전문화다. 흔히 살 길은 해외 진출이라고 부르짖는다. 그러나 우리가 말도 안 통하는 바깥시장에서 선진 외국기업과 싸울 만큼 전문화된 경쟁력을 갖춘 SW나 서비스가 있는가? IT산업도 성숙기를 지났지만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나서서는 선진기업과 싸울 수가 없다. 덩치가 있는 소위 그룹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IT서비스회사를 만들어 문지기 노릇을 하고 있다. 또 작은 내수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춘다고 온갖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며 전문성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창의와 열정으로 SW제품의 개발에 매진해야 할 전문 중소기업들은 조금만 어려우면 IT서비스에 나선다. 정부 정책을 탓하지만 정작 특정분야의 독보적인 중견·중소기업은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7,80년대 저임금을 바탕으로 닥치는 대로 들고나갔던 선단형 수출이라는 추억을 21세기 10대 교역국의 IT서비스정책으로 내세운다면 곤란하지 않은가? 성숙해진 글로벌 IT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시장재편에 의한 전문화, 그 이후에 수출이라는 순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는 서비스와 제품 정책의 구분이다. SW제품의 경우 성공하는 확률은 낮아도 성공할 경우 원가대비 매출액 증대는 훨씬 크다. 또한 지속적인 R&D가 필요하고 매출액 대비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반면 대상고객 수가 몇 안 되는 국내의 IT서비스시장은 불가피하게 맞춤형이고 일회성이다. 따라서 SW나 IT서비스 산업에 대한 주문사항과 육성정책도 좀 더 세분해서 실행되어야 한다. 제품위주의 선진기업 R&D를 보고 지원정책을 세운다던가, 전문 역량에 불문하고 수출을 주문하고, 대중소기업이 역할의 차이는 없이 같은 시장에서 나누어 먹으라는 인위적인 시장구분은 상생이 아니라 편가르기만을 조장할 뿐이다.

 넷째는 새로운 표준화다. SW패키지건 서비스건 간에 궁극적인 성공은 규모의 경제에 도달해서 핵심기술이나 인력의 재사용이 관건이다. 그러나 이미 선진기업이 장악해서 국제 표준이 되다시피 한 많은 분야는 이제 와서 아무런 준비없이 도전하기에 벅차다. 결국 새로운 영역 또는 변화가 요구되는 업무영역에서 승부를 보아야 하는데 선진기업들은 꾸준히 기존 제품의 틀이나 표준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내에서 새롭게 발전하는 분야부터 업계 혹은 정책적으로 표준화해서 국내 기업이 가질 수 있는 적응력을 바탕으로 시장선점과 효율화를 이끌고, 이를 국제 표준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정원이 요구하는 보안표준이나 이동통신의 WIPI가 그러한 역할을 해낸 예다. 지금 미국이 새롭게 내거는 녹색성장의 기치에 GE 등의 미국기업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고, 사업내용을 어떻게 재포장하면서 업계표준을 이끄는지 보면서 우리도 민관합작의 훌륭한 사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다섯째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재조명이다. 지적재산권에는 선진국들이 제조업에서 후발국가에 추월 당했던 경험을 교훈으로 지식산업에서 경쟁불허 또는 강제적인 시장확장을 위한 도구로 이용한 흔적이 많다. 이제는 우리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방어해야 할 필요도 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메시지에도 결국 시장지배적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고착화되라는 암시가 숨어있다. 우리가 준거로 삼고 있는 외산 SW라이선스나 유지보수 기준, 정체도 불분명한 단체가 마음대로 발표하고 좌지우지하는 지적재산권 문제도 우리가 반성할 점과 그들의 덫이 함께 공존한다. SW, IT서비스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우리의 시각에서 지식산업과 지적재산권에 대해 재조명하고, 우리의 시각으로 비판하고 교섭해 나가야 한다. 케케묵은 소리지만 요소기술이나 제품의 국산화도 있고 오픈 소스도 있다. 열악한 시장에서 외산 유통이라는 풀뿌리를 계속 캐먹게 하고, 그런 업체들의 장단에 맞춰 분리발주나 근거도 불분명한 지적재산권 논쟁에 휘말릴 것인지 돌이켜봐야 한다.

 여섯째로 정보화 이후의 정책 전개다. 그 동안의 IT투자가 지나쳤다,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를한다. 그러나 과거 산업정책을 내세우기 힘든 대내외 통상 환경에서 어렵게 만들어진 정보통신정책은 "산업육성"이라는 간판을 내세우는 데 조심스러웠고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정보화 정책"이었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통신인프라가 깔리고 급속한 사용자의 증가와 시장이 형성됐지만 중요 제품을 국산화하는 모멘텀은 약했다. 즉 경제 주체 별로 개별적인 생산성 향상이 주요 과제였던 것이다. 이제야 말로 그 동안 이룬 인프라와 정보화를 대국민 서비스로 확장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단계로 정책이 만들어져 갈 차례다. 이러한 정책을 이번 정부의 소명과 기치로 내세운다면 아직까지 미흡했던 사용자 중심의 대국민 서비스가 본격화되어 "섬기는 정부"의 모자라는 손을 알차게 메꾸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해낸 산업들을 보자. 모두가 안 된다고 하는 것들이었다. 고속도로, 자동차, 조선산업, 철강이 모두 그 예다. 그것에 비하면 IT는 훨씬 쉽게 지금의 경지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힘을 모으고 생각을 고쳐야 한다.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채비를 하던가 전투를 할 각오를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