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최근 장·차관까지 나서 전자정부 수출 드라이브에 본격 시동을 걸었으나, 기획재정부가 이와 관련한 내년 예산을 오히려 대폭 삭감할 움직임이어서 비상이 걸렸다.
행안부는 최근 쿠웨이트·베트남 등에 전자정부 컨설팅사업을 잇따라 수주한 기세를 몰아 아프리카·중동 등으로 전자정부 수출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나 예산 때문에 발목이 잡힐까 우려하고 있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정보화예산 1차 심의에서 행안부가 전자정부 수출 관련 계속 사업으로 요청한 ‘해외 IT전문가 초청연수’ 사업 예산을 올해 11억2000만원보다 무려 56% 적은 5억원으로 낮추는 안을 제시했다.
또 국제협력기구와 협력해 한국 정부가 직접 진출하기 힘든 국가에 정보화를 지원키로 한 신규사업 예산 6억원은 전액 삭감할 것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1차 예산심의에서 반토막이 난 ‘해외 IT전문가 초청’ 사업은 주로 개발도상국 정보화담당 공무원을 초청해 한국의 앞선 전자정부와 IT산업 현황을 소개하는 것이다. 지난 1998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전자정부 수출의 첫걸음이 되는 해외 인맥과 네트워크 구축에 가장 효과적인 프로그램으로 평가받아 왔다.
행안부는 이 사업을 통해 작년 연말 기준으로 113개국 2809명의 해외 IT전문가를 배출했다.
행안부가 최근 쿠웨이트·베트남·인도네시아 등과 잇따라 전자정부 수출 관련 양해각서를 교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연수 프로그램으로 배출된 현지 공무원들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전자정부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 수출을 위한 네트워크로도 활용돼 올해 초 KT가 방글라데시에서 280억원 규모의 인터넷망 구축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사업 예산은 이에 힘입어 작년에는 40억원까지 확대됐다가 올해에는 정부조직 개편으로 행안부가 11억2000만원, 방송통신위원회가 27억여원의 예산을 받아 집행 중이다.
재정부가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대폭 삭감하려는 것은 내년 4대강 살리기 등 굵직한 국책사업으로 다른 분야 예산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연수 프로그램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삭감 1순위로 지목되고 있다.
방통위는 행안부의 예산 삭감으로 방통위내 비슷한 연수 프로그램 예산도 재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삭감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해외 IT전문가 초청 연수와 같은 프로그램은 결국 개발원조(ODA)사업의 기회를 잡는 좋은 계기로 작용한다”며 “현재 한국은 OECD 산하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되지 않아 ODA사업 국제경쟁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처지인만큼 오히려 개발도상국 지원 예산을 늘려야 DAC 가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