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한국 인터넷산업 발전에 한 획을 긋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10년 전인 1999년 7월 말, 당시 곽치영 데이콤(현 LG데이콤) 사장이 국내 최초의 전용 IDC인 ‘논현 한국인터넷데이터센터(KIDC)’ 구축사업을 발표하면서 던진 말이다. 그의 예상대로 IDC는 닷컴기업이 창조적인 인터넷 비즈니스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면서 국내 인터넷산업의 중흥을 이끌었다. 더 나아가 굴뚝기업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산업군을 포함한 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했다.
IT 인프라는 IDC에 맡기고 기업 역량은 고유의 사업영역에 집중한 덕에 국내산업 전체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과거 10년 동안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발전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2000년대 초 일어났던 업체 간 출혈경쟁이 최근 재현되고 있고, 그간 이렇다 할 IDC산업 육성책이 나왔던 적도 없다. 지난 10년간 국내 IT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한 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은 풀어야 할 숙제를 더 많이 안고 있는 IDC산업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앞으로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위기 직면한 IDC=국내 IDC산업은 출범 10년째에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되자 각 사업자가 지난해와 올해 들어 잇따라 초대형 IDC를 준공했지만 경제 불황이 발목을 잡았다. 서버 설치공간을 뜻하는 상면 공급은 계속 늘어난 반면에 상면 수요는 제자리걸음을 걷는 상황이 전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IDC 시장에는 신규 고객에게 길게는 수개월 이상의 무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 고객에게는 계약 갱신 시 수십%씩 요금을 깎아주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서비스 경쟁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오히려 반대로 초기 가격 경쟁으로 회귀하는 추세다.
소비자 역시 우선 큰 폭의 가격 할인을 받아 유리해 보이지만 이는 결국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해 결코 좋을 것이 없다.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마이너스 효과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기와 함께 찾아온 기회=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IDC가 새로운 10년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함께 왔다.
친환경 IT 인프라를 구현하는 ‘그린IDC’가 바로 그것. 지난 5월 정부가 녹색성장위원회를 중심으로 내놓은 그린IT 국가전략에는 IDC가 주요 지원 대상 중 하나로 꼽혔다. IT 자원 통합 및 에너지 절감시스템을 도입해 그린화를 꾀하고 IDC 인증 및 플랜트 규격화로 해외 진출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지식경제부가 이와 별도로 ‘차세대 IDC 그린화 추진방안’을 발표하는 등 그린IDC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경부는 오는 2013년까지 IDC 그린화를 위해 총 417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IT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클라우드컴퓨팅도 IDC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용자가 IT 자원을 직접 도입하지 않고 플러그를 꽂아 전기를 쓰듯이 ‘유틸리티’ 형태로 컴퓨팅파워를 이용하는 클라우드컴퓨팅은 IDC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클라우드컴퓨팅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크기와 형태는 다르더라도 결국 IDC가 ‘클라우드’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에 맞춰 IDC업계는 초기 형태의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를 일부 도입하거나 적용계획을 수립하는 등 클라우드컴퓨팅 시대의 새로운 IDC상을 정립하기에 여념이 없다.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새로운 10년=전문가들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지금이 IDC산업의 새로운 10년을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위기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힘쓰는 한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제2의 도약, 제2의 르네상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IDC업계 스스로 시장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하는 가격정책에 일관성을 유지하며 서비스·품질경쟁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 IDC 시장의 주요 고객군인 호스팅업체 A사 관계자는 “IDC의 서비스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결국은 가격을 보고 IDC를 선택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현재 협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서비스수준협약(SLA:Service Level Agreement)도 보다 구체화하고 선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IDC에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IDC는 1999년 이후 10년 가까이 일반 건물과 동일한 전기요금제에 속했다가 지난해 말에야 비로소 지식서비스용 전기요금제에 포함됐다. 국내 IT 인프라의 한 축을 차지했음에도 그저 전산실 공간을 빌려주는 ‘부동산임대업’ 정도로 인식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IDC의 산업적 가치와 효용성을 감안한 체계적인 육성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컴퓨팅·통신·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가 연계되는 IDC 속성상 관계부처의 공조는 필수다.
임응수 LG데이콤 IDC사업부 상무는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IDC산업은 우리나라 인터넷 비즈니스 초창기부터 인프라 역할을 수행해 대한민국이 인터넷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며 “앞으로 그린IT 실현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산업 특성을 고려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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