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휴대폰 해킹 `터보심` 전세계 판매

 한국 이통망에만 접속하도록 제조된 휴대폰을 해외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해킹하는 ‘터보심(TURBOSIM)’이 전 세계에 판매되고 있어 국산 휴대폰 수출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제조된 터보심이 2만원대 가격에 중국, 동남아는 물론 유럽, 북미, 중남미 등 거의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터보심은 휴대폰 가입자 정보를 담은 심(SIM)카드 국제이동국식별번호(IMSI)를 해킹해 해외 이통망에 직접 접속하게 한다. 해외 이통사 심카드와 겹쳐 삽입해 IMSI 번호 중 국가 및 사업자 식별번호 다섯자리를 테스트 단말기나 해외 공용 단말기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용으로 제조된 휴대폰을 해외 이통망에 직접 접속하게 할 수 있다. 특히 로밍을 제외하고 해외 이통망에 직접 접속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국내용 휴대폰을 해외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실제 네이버에서 터보심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이런 심카드를 판매하는 쇼핑몰들이 등장한다. 이 쇼핑몰은 주로 중국에 사무소를 두고 현지에서 터보심을 제조해 전 세계에 판매한다.

 터보심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 사용하던 휴대폰을 해외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고 휴대폰의 새로운 수요가 생긴다는 점에서 휴대폰 불법 유통 시장이 형성되고, 중고폰 밀수 등 범죄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해외 장기 체류자나 한인 교포들이 터보심을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신 휴대폰이 대부분 영어를 함께 지원해 현지 외국인들이 사용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국내 이통사들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휴대폰 제조사를 대상으로 심카드 해킹을 단말 차원에서 차단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조된 휴대폰이 해외로 반출될 가능성이 있어 이통사들이 터보심 차단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판매가 중국 등 해외에서 이뤄지고 국내법상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대응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