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행정구역 개편을 강력히 추진할 뜻을 내비치면서 정치권에서 시·군·구 통폐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 2곳 가운데 1곳은 토지 대장을 디지털화하지 않아 행정구역 개편시 토지 대장 관리에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토지 대장이 디지털화된 시와 그렇지 않은 시가 통합될 경우 토지 원대장 온라인 검색 및 발급 서비스도 ‘반쪽’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7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33개 시·군·구가 보유하고 있는 토지(지적) 대장 가운데 데이터베이스(DB)로 전산화된 것은 전체 40%를 조금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토지 대장은 토지 소유권 변동 최종 사유만 기재된 토지등기부와 달리 토지에 관한 연혁을 세세하게 기록한 토지의 종합 이력서다. 국세청이 세금을 추적하거나 법원에서 토지 분쟁이 발생했을 때 토지 대장이 이용된다.
현재 토지등기부의 경우 100% 전산 DB로 만들어 온라인 서비스 중이나 토지 대장은 DB로 구축된 곳에서만 온라인 출력 서비스가 가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2006년 이전에는 각 지자체에서 구 토지 대장을 전산화해 224곳이 전산화를 완료했으나 스캐닝 기술 등이 떨어져 자료로 활용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현재 사용할 수 있는 DB는 40%대에 불과해 재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행정구역 개편이 급진전 돼 시·군·구가 통합될 경우 전산화된 대장과 종이서류 대장이 뒤섞여 민원 서비스 품질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온라인 대장과 오프라인 대장을 통합 관리할 수 없어 행정 효율성이 떨어지는데다 똑같은 행정구역내에서도 대장 열람 서비스에 소요되는 시간이 제각각 달라지는 ‘서비스 격차’도 발생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행정구역 개편에 앞서 토지 대장 DB사업을 서둘러 전산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토부는 현재 전국 구 토지 대장 DB 재구축에 18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의 행정DB 구축 예산은 올해 365억원을 정점으로 내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질 예정이어서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가 올해 확보한 구 토지 대장 DB 구축예산은 4억6000만원에 불과했다.
한편 현재 행정구역 개편은 2∼3개 시·군·구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는 233개 시군구를 통합해 전국을 광역단체 60∼70개로 재편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18대 국회에서도 범위만 다를 뿐 통합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