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GAME] 741명 리서치를 통해 본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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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앞에서 식사하고 가끔 PC방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게임 내에서 자기 과장이 심하며 대인관계를 기피한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은 으레 이럴 것이라고 짐작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실제 게임 이용자들은 스스로 게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의 게임 리서치 조사 대상 1000명 가운데 게임 이용자 741명의 여가문화 이용 패턴과 게임에 대한 인식을 살펴봤다. 그 결과 그간 게이머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오해’와 ‘편견’일 수 있음이 드러났다.

◇게이머는 모든 문화활동에 적극적=게임 이용자는 비게이머보다 매우 활동적이다. 게이머 741명은 ETRC가 제시한 9가지 여가 문화(TV시청·게임·음악 감상·영화/비디오·공연·여행 등)를 위해 1주일에 총 36.05시간을 투입하고 있는 반면 비게이머 259명이 할애하는 시간은 주당 20.795시간으로 게이머의 55%에 불과했다. 또 게임을 많이 할수록 TV도 많이 보고, 독서도 많이 하며 여행이나 음악감상에도 적극적이어서 흥미롭다. 게임 이용자의 주 평균 TV 시청시간과 음악 감상 시간은 각각 약 13.5시간과 6.9시간으로 비게이머의 12시간, 4.7시간보다 월등히 많았다. 독서 시간도 게임 이용자 0.37시간, 비이용자 0.23시간으로 차이를 드러냈다.표 참조

게임하는 데 시간을 뺏겨 다른 여가 활동이나 사회 생활에 소홀할 것이라는 그간의 인식을 뒤집는 결과다. 게임 이용자는 각종 언론 보도나 세간에 비춰졌던 것보다 훨씬 더 ‘액티브’한 삶을 살고 있다.

◇현실세계에 더 만족하는 게이머=게이머들은 과연 게임 세계와 현실 세계를 착각하고 게임 세계에만 빠져 지낼까. 그렇지 않다. 조사 대상자의 88.1%는 ‘게임 세계와 현실 세계는 전혀 다른 세계’라고 인식했다. 이유로는 ‘게임 세계가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특히 게이머들은 게임내 자신의 캐릭터보다 현실 세계의 자신을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게임세계와 현실세계의 자아를 비교하는 질문에서 게이머들의 45.6%가 현실 세계 자신을 더욱 영향력이 큰 존재로 봤다. 게임 세계 영향력이 더 크다고 응답한 사람은 31.7%에 그쳤다. 만족도 항목에서도 현실 세계의 자신이 만족스럽다는 응답(47%)이 게임세계 더 만족한다는 응답(23.2%)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게이머는 자신과 현실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폭력성과 선정성은 자기제어로 해결=영화·책·만화 못지 않게 게임의 표현이 폭력적이고 과장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의 폭력성과 선정성이 게이머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과학적·의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게이머들은 게임이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라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스스로 제어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게임의 폭력성과 선정성이 높다는 응답은 각각 75.7%와 55.4%로 나타나 게임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특히 스스로 제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폭력성(71.1%)과 선정성(68.7%)의 정도를 더 높게 파악하고 있었다. 게이머인 김귀희씨(연세대 디지털게임교육원 2학년 재학)는 “게임 내 폭력성 등은 게임 이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실제로 MMORPG에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게임을 즐겨 하지만 게임 때문에 폭력적으로 바뀐 친구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