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통령과 바이든 美 부통령의 인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성명을 통해 애도의 뜻을 표시한 가운데 김 전 대통령과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각별한 인연이 새삼 조명받고 있다.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외교통으로 한반도 문제에 애정이 깊은 바이든 부통령과의 인연은 1980년대 초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부터 교분을 이어온 두 사람의 관계는 바이든 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로 김 전 대통령을 꼽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이던 지난 2001년 청와대로 김 전 대통령을 방문한 바이든 부통령이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이 매고 있던 넥타이를 보고 “아주 좋다”고 하자 두 사람은 즉석에서 넥타이를 바꿔매기도 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이 건네준 넥타이에는 수프 국물이 묻어 있었지만, 바이든 부통령은 언젠가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행운의 상징물로 여겨 이후 한번도 세탁하지 않고 보관해왔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지한파(知韓派)로 통하는 바이든 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인 ‘햇볕정책’의 열렬한 지지자이기도 했다.

2001년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발탁된 바이든 부통령은 ‘햇볕정책’ 지지를 공식 천명하면서, 조지 부시 행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2005년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로 활동하면서 “햇볕정책만이 북핵 문제 해결책”이라고 강조하기도 하는 등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김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 노선과 호흡을 같이했었다.

한 외교소식통도 “김 전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의 돈독한 관계는 워싱턴 정가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각별한 인연 때문에 바이든 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해듣고 비통한 심경을 감추지 못한 채 애도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