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산업 세계로 나아간다‘‘국내 통신산업 해외로 해외로’ ‘통신-금융과 맞손… 새로운 융합시장으로’. 최근 여러 언론에서 통신산업 관련 기사의 제목으로 등장한 문구들이다. 이러한 기사가 나오기 무섭게 등장하는 또 다른 기사들은 통신산업 진흥 정책 수립의 필요성과 국제 경쟁력 약화 우려를 나타내는 것들이다.
통신시장의 역동성이 강화되면서 대립적 혹은 갈등을 내포한 이념들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가별 시장과 글로벌 시장, 통신 진영과 방송 진영, 유선사업과 무선사업, 공익 패러다임과 시장경제 패러다임, 지배적 사업자와 소규모 사업자, 소수 여론 선도자와 대중 커뮤니티, 실공간과 가상공간, 전통적 국가 산업과 미래형 산업 등이 여론에 오르내린다. 이러한 충돌 양상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기술에 내재된 단절적 속성과 창조적 파괴 속성에 따라 기존 기술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과 경제사회 전반의 기존 세력 기반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통신요금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을 보면 이런 대립 구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누구도 요금수준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지표를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각기 목소리만 높이고 있는 것이다.
통신산업에 의한 과실을 더욱 효과적으로 거두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통신시장의 역동성을 보다 정확하게 규명하고 경제 사회적인 변화를 중장기적 영향 요인의 관점에서 진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통신 관련 정책 수립과 시행과정에서 개방형 혁신 개념에 기반을 둔 ‘통신산업 생태계 구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개방형 혁신을 바탕으로 한 IT 기반 혁신생태계는 많은 기업과 국가에서 지향하고 있는 방향으로, IBM은 “발명품을 시장에 제공하는 데 그치지 말고,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IBM의 성공여부는 혁신 생태계의 구축 여부에 달려 있고, 이 생태계를 이용해 내부적으로 개발된 발명 혹은 외부에서 발생한 발명을 어떻게 적용해 충족되지 않은 소비자 욕구를 만족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IT기반 혁신 생태계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즉흥과 계획의 공존, 역동적 혁신 모델, 상호 의존적 협력 체계, 다양한 산업 분야의 통합, 고객 가치 초점, 수평적 정책 체계 등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그동안의 행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든 기업이든 개별 시스템으로부터 최적화를 통해 무엇을 얻어내는가, 이로써 어떻게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사를 만족시킬 것인가, 하는 좁은 영역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IT 기반 혁신 생태계의 구축을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 특히 관련된 기업들과 소비자들이 공동 건축가가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현재까지 누려왔던 폐쇄적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야 하고, 정부의 정책은 이를 지원 및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의 성공을 위해 그동안의 단편적이고 분절적이며 점진적인 정책 체계에서 벗어나 통신산업이 서비스, 인프라, 단말 등 국가전반적인 IT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정보통신대학 교수 minsooshi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