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의 조문을 보내온 데 이어 조선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가 19일 김대중 전 대통령 측에 조의 방문단을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해빙 국면을 맞은 남북관계의 정상화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 임시빈소에서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아태평화위가 ‘김대중 평화센터’의 임동원 전 장관 앞으로 조의 방문단 파견 의사를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조문단은 조선노동당 비서 및 부장을 비롯한 5명 정도로 구성되며, 김 전 대통령 장례식 직전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의 조화를 갖고 방문할 예정이다.
북측이 김 전 대통령 조문단으로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김 전 대통령에게 각별한 예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측 조문단이 서울 체류기간에 우리 정부 당국과 접촉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현재로선 조문단이 유가족 등 김 전 대통령 측만 만나고 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조문을 계기로 냉각됐던 남북관계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더욱히 현정은 회장이 방북해 현대 직원 유씨의 석방,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활성화 합의 등이 이뤄진 상황이어서 조문을 계기로 남북 당국자 간 접촉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북측은 이희호 여사 등 유가족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박 의원 등 김 전 대통령 측의 의견을 존중해 방문 날짜를 확정할 예정이며, 체류기간은 당일로 하되 필요하다면 1박 2일로 연장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의 방문단은 북측 특별기를 이용, 서해항로를 거쳐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들도 북측의 조문단 파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아사히신문 등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가장 신뢰하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며 “이미 북한이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원한 만큼 북측의 조문단 파견이 남북한 간 조문외교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