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가 회사를 망친다
헨리 민츠버그 지음, 성현정 옮김, 북스넛 펴냄.
전세계가 경영학석사(MBA) 학위취득 열풍에 휩싸였다. 직장인은 안정적인 승진 기회를, 미취업자는 번듯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프리패스로 MBA가 각광받고 있다. MBA에 대한 관심이 하늘을 찌르자 이름있는 대학들은 앞다퉈 온라인MBA과정도 개설하고 있다. 미국 피닉스대학의 경우 7개에 달하는 MBA 특화과정을 인터넷에 개설했다. 시간이 부족해 등교가 어려운 직장인들이나 해외 학생들의 편의를 고려해서다. 이 온라인 과정의 재학생 수만 4만여명 달한다.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다. 직장 내 친한 동료 중 한둘은 MBA 과정을 이수 중이다. 자기계발은 물론 연봉협상에서도 당당해진 자신의 모습을 꿈꾸며.
미국에서는 최근 10년 간 거의 100만명에 달하는 MBA 취득자가 배출됐다. 이들의 상당수는 기업에서 조직을 관리하고 있다. 과연 그들은 제 몫을 하고 있는 걸까.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경영사상가 20인’ 가운데 9위에 랭크된 캐나다 맥길대학의 헨리 민츠버그 교수는 이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는 MBA 출신자들이 회사를 어떻게 망쳤고,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실랄하게 비판한다. 바로 이 책이다. 매니지먼트 무경험자들을 교실에 앉혀두고 여러 사람이나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 매니저로 육성하는 현 MBA 과정은 사기라고 역설한다. 고객 및 종업원, 제품과 제조 프로세스 등에 관한 현장 지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MBA 학위를 주는 것은 모순이라 지적한다. 폭넓은 현장 및 실무경험을 갖추고도 MBA 간판이 없어 요직을 맡지 못하고, 어쭙잖은 MBA의 관리를 받는 현실은 비극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MBA를 없애라는 건 아니다. 경영능력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지금의 MBA 취득자가 더이상 나오지 않도록 선발방식과 교육 제도개선, 기업의 인재 육성 및 선발 방식을 뿌리째 바꿔야 한다는 게 그가 제시한 해법이다.
그는 책에서 잘못된 사람, 잘못된 방법, 잘못된 결과를 현실감 있게 분석하면서 경영의 적격자를 키우기 위해 기업이 학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2만8000원.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