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인간이) 성취해 나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여주신 분으로, 남다른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19일 2009년 제36차 회의에 앞서 15대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정치적으로 같이 할 수 있고 달리할 수도 있지만, 지난 70∼80년 (김 대통령은) 진지하고 고난에 쓰러지지 않으며 이뤄내셨고, 큰 역사에 서신 분으로 크게 기록될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시중 위원장은 기자 시절 고인과 인연을 맺었다. 최 위원장은 “(김 대통령이) 일본에서 납치됐다가 돌아온 직후에 기자라는 간판을 들고 동교동 자택에 찾아가 서재겸 집필실에서 4-5시간 인터뷰하고 꽤 긴 기사를 썼는데, 유신시대라 보도할 수 없었다”며 “가장 아쉬운 게(중요한 자료라 회사 캐비넷에 깊숙이 숨겨 두었는데) 그 기록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당시 리포트엔 인권·생명 등에 대한 그분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소상하게 담겨 있었다”며 “그분이 강조하신 생명·인권의 중요성에 대한 표현들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을 기리는 묵념을 제안한 최 위원장은 “그 분의 85년 인생은 어찌보면 우리 현대사의 큰 고비였고 큰 획으로 남아있다. 기자생활을 시작하며 인적으로는 만나 많은 조언을 들었고, 남다른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그분이 갈등하고 타협하고 도전하고 성취하는 모습을 기자로서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소회했다.
최 위원장은 “올 초 세배를 가서 내외분을 만나뵌 것이 마지막이 됐다”며 감정을 가다듬은 뒤 “인생을 치열하고 진지하고 고난을 극복하고 성취하는 등 큰 역사의 흐름속에서 기억될 인물”이라고 회고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이날 위원회 전체회의 말미에 회의 진행을 송도균 방통위 부위원장에게 넘기고, 오후 1시경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과 함께 서울 신촌세브란스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