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밝힌 발사 중지 원인은 자동발사 기능을 하는 자동시퀀스에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술적 문제는 발사체 밸브들을 작동시키는 고압탱크의 압력저하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문제에 대해 러시아 기술진은 별다른 문제가 아니며 수일 내 재발사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로호 발사를 중지하게 한 자동시퀀스는 발사 15분 전부터 발사 순간까지를 자동으로 점검·운용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모든 과정은 컴퓨터로 이뤄지고, 수천가지 데이터를 모두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라도 문제나 오류가 발생하면 컴퓨터가 작동을 멈추게 된다.
자동시퀀스가 점검한 내용은 모두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기 때문에 어디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찾아낼 수 있다. 다만 오류 데이터를 찾아내는 데 시간이 걸리고, 찾아낸 오류가 무엇인지에 따라 향후 발사 일정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자동시퀀스의 기술적 문제로 밝혀진 ‘고압탱크’는 발사체 내부에 연료분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다. 연료실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밸브를 작동시켜야 하고, 이때 높은 압력이 필요하다. 고압탱크의 펌프 힘은 대략 1만마력으로 추정된다. 해당 고압탱크가 제어하는 연료공급 관련 밸브는 수십개로 파악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근무하다가 KAIST 항공우주공학과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박철 교수는 “발사체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고압이 필요하다”며 “러시아 측이 보안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략 1만마력”이라고 말했다.
현재 교과부와 항우연은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기술분석위원회를 열어 자세한 중지 이유 분석 작업에 돌입했고, 러시아 기술진과도 발사 중지 이후 곧바로 모여 원인과 향후 대응 논의를 하고 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라면 바로잡는 데 얼마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하드웨어적인 문제로 판명된다면 발사 일정이 상당 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발사가 중지되기 전까지 모든 준비작업은 순조로웠다.
나로호 발사 2시간을 앞둔 오후 3시부터 연료주입이 시작돼 40분 만에 완료됐다. 4시 43분에는 모든 시스템의 발사준비가 완료됐다는 안내방송이 나왔고, 4시 45분 자동시퀀스가 가동됨에 따라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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