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가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국장으로 치러지게 되면서 오랜 사회적 과제인 화합의 선례로 자리매김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생의 마지막에 남긴 ‘화해와 용서’라는 화두가 국장이라는 장례형식을 통해 이념과 당파, 지역갈등과 반목을 뛰어넘은 국민 통합의 촉매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들어 유족과 김 전 대통령측, 야당인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한 데에는 상생과 통합을 향한 강한 메시지가 함축돼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도 국장 결정에 대해 “국민적 애도 속에 영결식이 잘 치러지길 바란다”며 환영하고 나섰다.
김 전 대통령측도 자칫 장례 문제가 국론분열의 빌미를 제공할 소지를 우려, 정부와의 조율이 끝나기 전까지 자신들의 입장의 공개 언급을 자제했다.
정부의 이번 국장 결정은 지난 6월 빚어진 현 정권과 전 정권간의 긴장관계를 풀어낼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앞서 김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인 지난 6월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에서 ’독재’라는 표현을 쓰면서 현 정권을 강도높게 비난했고, 이에 청와대도 “국민혼란과 분열을 조장하는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정면대응하는 등 양측간 갈등이 고조됐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화해와 통합’이 정치권의 화두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통합의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한 이명박 대통령의 ‘8.15 구상’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중도와 실용을 향후 국정운영 기조로 내세운 이 대통령이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 여와 야를 아우르는 사회통합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치 컨설팅업체인 포스컴 이경헌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로선 이번 서거정국에서 화해와 상생의 분위기를 극대화, 국정 어젠다를 좀더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가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며 “향후 야권에 대화와 타협을 강력히 주문할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자유선진당이 이날 국장 결정에 대해 전직 대통령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는 등 이번 국장 결정이 또다른 사회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