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역사를 조명해 보면 모든 분야에서 항상 전통과 혁신이 반복되면서 발전했다.
와인 역시 이런 혁신의 힘으로 새롭고 훌륭한 와인을 즐길 수 있게 됐는데 특히 이탈리아의 슈퍼 토스카나의 등장이야말로 근세기에 들어와 와인의 혁명을 이룬 대단한 사건으로 간주된다.
앞의 4회에 걸친 와인들은 이탈리아 최고의 전통적이고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탈리아인은 로마시대부터 와인을 양조했기에 그리스인은 이탈리아를 ‘오노트리아’ 즉 와인의 땅이라 칭해왔다. 그러나 그 많은 세월 동안 토착 품종의 포도로 천편일률적인 재배방식을 고수한 나머지 와인의 종주국은 프랑스로 넘어갔으며 해외에서 이탈리아 와인은 ‘싸구려’로 전락하고 말았다.
토스카나의 해안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 볼게리에 1968년 사시카이아라는 새로운 와인이 일반에 공개됐다.
그동안 모든 와인이 이탈리아의 토착 품종인 산지오베제로 와인을 제조한 데 비해 이 와인은 프랑스의 라피트 로실드 와이너리에서 카베르네 쇼비뇽 포도 품종을 사들여와 재배해 와인을 만든 것이다. 즉 프랑스 와인을 이탈리아에서 생산한 것 같은 상황이다. 당연히 이탈리아 보수주의자들의 비난이 심했는데 1978년 영국 와인 전문지인 디캔터에서 와인 시음회를 한 결과, 100점을 받으며 올해의 와인으로 선정되면서 유명해졌고 그때부터 슈퍼 토스카나라는 말을 사용해 오늘에도 쓰이고 있다.
이 와인을 탄생시킨 주인공이 테누타 산 귀도 와이너리의 마리오 인치아 델라 로케타며 안티노리 가문의 로도비코 안티노리와 협업해 탄생했다. 슈퍼 토스카나 와인은 카베르네 쇼비뇽이나 산지오베제에 다른 품종을 블랜딩해 과거의 슬로베니아 오크통 대신 프랑스 오크통을 사용하는 등 혁신적인 양조방법으로 만든다. 사시카이아 이후 오르넬라이아, 티나넬로, 솔라이아, 마세토 등 유명한 와인이 속속 등장했으며 2000년에는 솔라이아 와인이 미국의 와인 스펙테이스터에서 올해의 와인 1위로 선정돼 명실상부한 슈퍼 토스카나 와인 시대를 열었다.
미국의 컬트 와인 등장과 함께 슈퍼 토스카나 열풍은 앞으로도 대단할 것 같다. 로버트 파커가 “프랑스 그랑크루의 허영을 들춰내는 와인”이라고 언급한 대로 슈퍼 토스카나의 고속 행진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궁금해진다.
구덕모 와인앤프렌즈 사장 www.wineandfrien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