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게임과 게이머를 비판하는 책을 쓰려고 했죠. 그런데 막상 연구를 해보니 그게 아닌겁니다. 게임 세대는 비즈니스 룰 자체를 바꿔 나가고 있어요.”
2006년 국내에서 번역 출간돼 ‘게임 세대’의 잠재성과 가치라는 메시지를 던져 신선한 파장을 던진 ‘게임세대 직장을 점령하다’의 저자 존 벡 노스스타 리더십 그룹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세대는 기성세대가 만든 비즈니스 룰을 송두리째 바꿔 놓으면서 경제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세대가 트레이닝과 비즈니스 전략 수립, 고객을 대하는 방법 등에서 기성 세대에 비해 훨씬 유연하고 효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제 게이머를 바라보는 마인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2004년 미국 전역 2500여명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진행할 때만 해도 지금의 기성세대와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게임을 즐기던 우리 아이들이 종종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할 때가 있었는데 아버지로서 이해가 안된 적이 많았다”며 “틀림없이 게임과 게이머를 비판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다”고 소회했다. 게임을 즐기는 자녀 세대를 비판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데이터만 얻었다는 것이다.
그는 진행했던 조사가 게임이 야기한 재계의 변화를 진단할 수 있는 응답자와 설문을 선정했다는 점에서 과거 조사와는 확연하게 달랐다고 말한다. 존 벡은 2004년 당시 게임세대의 기준을 34세로 파악하고 그 나이 전후 대상자를 비게이머와 게이머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게임 세대가 비디오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터득한 교훈 속에는 엄청난 효용성이 내재돼 있었고 중간 관리자 개개인과 팀, 회사 전체의 차원에서 효용성이 발휘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닷컴 붐과 닷컴 몰락이 순식간에 이뤄지는 등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된 21세기 비즈니스 환경에서 게임세대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기성세대는 비즈니스 실패를 좌절로 받아들이지만 게임세대는 하나의 게임이 끝난 것으로 이해하고 다음의 게임을 준비할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게임을 경험한 세대는 꽉 짜여진 틀보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는 데 익숙하며 외부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같은 게임세대의 특징은 온라인게임 등 장르에 관계없이 나타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게임으로 위기를 관리하고 리더가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게임 내 폭력적인 콘텐츠를 즐기다 보면 폭력성을 배울 수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난 30년간 미국에서 비디오 게임 즐기는 이들이 0%에서 100%로 늘어날 때 폭력범죄율은 30%나 줄었다”며 “오히려 아이들이 그들의 폭력적인 감정을 게임을 통해 발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게임 중독성에 대해서도 “중독성이라는 게 뒤집어 보면 그만큼 몰입하고 집중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10년 후에는 오히려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기본 지식들을 게임의 중독성 효과를 이용해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