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양용은의 마음가짐](https://img.etnews.com/photonews/0908/090820051349_766271919_b.jpg)
양용은 선수가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그것도 타이거 우즈와 맞붙어서 역전 우승을 했기 때문에 더 놀라운 일이다. 솔직히 말해서 양용은 선수는 타이거 우즈와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세계 랭킹도 낮고, 드라이브 샷 거리도 짧을 뿐더러 그린 안착률도 낮다. 통계적으로 볼 때,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우승은 우승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멘털’의 힘이다.
2타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타이거 우즈는 당연히 자기가 우승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여태까지 마지막날 선두로 나서서 메이저 대회 우승을 놓친 적이 한 번도 없는 타이거 우즈다 보니 이번에도 우승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양용은 선수의 생각은 어땠을까. 운이 좋게 마지막날 챔피언 조에서 세계 1위 타이거 우즈와 우승 다투게 됐으니 이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설사 우승을 못하게 되더라도 괜찮다. 최선을 다해서 전 세계 골프 팬들에게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면 만족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음에 부담이 무척 적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홍콩에서 열렸던 HSBC챔피언십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와 맞상대를 해서 우승했던 경험도 있으니 운이 좋으면 우승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한 번 붙어보자. 이런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자포자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죽어도 이겨야 한다는 것도 아닌 편안한 마음자세로 마지막날 경기에 임하다 보니 근육에 무리한 힘이 들어가지도 않았고, 퍼팅도 평상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게다가 14번 홀에서는 치핀-이글을 뽑아낼 정도로 운도 따라주었다. 이 홀에서 역전이 되어 양용은 선수가 선두로 나섰다. 초조해진 우즈는 퍼팅도 잘 안 되고, 티샷은 자꾸만 오른쪽 러프로 쳐박혔다. 승부는 여기에서 갈린 것이다.
주말 골퍼들이 스코어를 망치는 것은 대부분 동반 플레이어를 기어코 물리치려는 생각 때문이다. 드라이브 샷은 더 길게 보내야 하고, 아이언 샷은 더 핀에 붙여야 하고, 퍼팅은 악착같이 넣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되니 근육에 과도한 힘이 들어가서 헤드 스피드가 떨어지고 볼은 슬라이스가 나서 산 속으로 날아간다. 기필코 퍼팅을 넣으려고 생각하면 오히려 브레이크가 더 안 보이게 된다. 편안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이상해진다. 지난 주말의 타이거 우즈처럼 된다는 뜻이다. 주말 골퍼가 좋은 스코어를 내려면 양용은 선수처럼 마음을 먹어야 한다. 이런 좋은 날씨에 골프를 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고 내가 가진 평소의 기량을 90%만 발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스코어는 갑자기 줄어들어 보기 플레이어가 85타를 치는 일이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