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Analysis-법·규제준수 사항에 따른 제약업계 IT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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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제약업계가 초비상이다. 한미·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불법 리베이트 문제, 석면탈크 의약품 등 잇단 악재를 맞닥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약 산업 선진화 정책인 ‘밸리데이션(Validation:검증)’ 의무화와 품목별 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 실시 등 각종 제도와 규제 강화의 압박이 날로 거세지면서 국내 제약산업의 위기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이런 환경 변화로 인해 올해 상반기 국내 토종 제약사들의 경영 실적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다. 업계는 이미 경영 위기를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봉착하고 있는 GMP와 컴퓨터시스템밸리데이션(CSV) 등의 컴플라이언스 이슈를 중심으로 어떠한 IT 대응 방안이 있는지 알아봤다.

 제약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법 규제와 제도 변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 산업군 중 하나다. 의약품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GLP)단계에서 임상시험(GCP), 인허가(IND, NDA), 제조(GMP), 유통(GSP) 단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규제 사항들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고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제약산업의 대표적인 규제인 GMP 기준을 대폭 강화됐다. 새로 도입된 GMP 기준은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확보된 의약품만을 공급하고 의약품의 해외 수출을 증진하기 위해 국제적 기준으로 맞춘 것이다. 즉, 국내 GMP 수준을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선진 GMP 기준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새로운 GMP 제도의 가장 큰 변화는 GMP관리를 제형별에서 품목별관리로 전환하고 GMP의 핵심인 밸리데이션 제도를 의무화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8년 1월 15일부터 개정된 약사법시행규칙에 따른 품목별 사전 GMP평가 제도 및 GMP의 핵심인 밸리데이션 제도를 2008년 1월부터 오는 2010년 1월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신약 제조공정에 이어 일반의약품까지 새 GMP 기준이 적용됐다. 내년부터는 나머지 의약품에도 GMP 밸리데이션 체계를 구축해야 함에 따라 제약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새 GMP 기준에 맞춰 신축 공장에 제약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공장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등 제조 분야 전반에 걸쳐 혁신 작업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제약사들은 약가인하 정책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석면탈크 의약품 사건 등 연일 악재들이 겹치면서 투자 여력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를 새로운 도전 기회로=현재 국내 제약사들은 2007년 4월 2일 한미 FTA 체결 이후 2009년 7월13일 한EU FTA 협상이 체결되면서 대외적인 경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무역 자유화에 따른 시장 확대로 산업분야에 따라 수출증가와 고용창출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국내 제약 산업의 경우는 현재로선 긍정적인 시각보다는 비관적인 시각이 더 많다. 대부분 연구개발을 통한 신약 개발보다는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생산에 치중해 왔던 국내 제약사로선 경쟁력 하락이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오리지널 제품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의 시장 독점이 강화되면 궁극적으로 국내 중소규모의 제약업체의 생존에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계가 FTA 체결에 따른 시장개방 등 급격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기존 제네릭 의약품 영업중심의 비즈니스에서 R&D 기반의 신약개발 중심 비즈니스로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R&D 역량을 강화하는 등 의약품산업의 장기적 관점에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과 글로벌 수준의 안정적인 제조·품질기반을 갖춰야만 재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현재 많은 제약사들이 국제 수준의 의약품 생산시설을 갖추기 위해 기존 공장을 리모델링하거나 새로 규정된 GMP 기준에 맞춰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투자 규모도 엄청나다.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FTA에 대응하고 새 GMP 제도에 맞추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대기업 제약사는 평균 1500여억원, 중소 제약사는 286여억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새로 공장을 짓는 것이 아니라 리모델링만 하더라도 평균 33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현재 한미약품이 cGMP 기준에 부합하는 공장을 건설했으며, CJ제일제당 제약사업본부, 보령제약, 일동제약, 일양약품, LG생명과학, 보령제약 등 20여 제약기업이 현재 글로벌 GMP 기준에 맞춰 공장을 신축하고 있거나 신축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제조 전 영역에 시스템 대응=최근 많은 제약사들이 선진국 수준의 생산시설 확충해야 함에 따라 통합생산관리시스템(MES), 품질관리시스템(LIMS), 전사적자원관리(ERP),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 등 관련 시스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중에서도 대기업 제조사들은 글로벌 표준에 따른 ERP 시스템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기업 제약사를 중심으로 수 년 전부터 ERP 도입은 계속 이어져 왔지만 최근 중견 제약사들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대기업 제약사들을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새 GMP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녹십자, LG생명과학, 한미약품, 동화약품 등이 cGMP 수준의 시스템 대응을 위해 ERP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으며 이달에 중외제약이 ERP 시스템 가동에 들어갔다. 현재 이 외에도 보령제약 등 국내 다수의 제약사에서 ERP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최근 MES도 제약업계에서 새로 부각되고 있다. 2005년 유한양행이 국내 처음으로 MES를 도입했고 최근 추가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했다. 이어 유유제약, 한미약품, 휴온스 등이 MES를 구축했고, 현재 삼일제약, 중외제약, CJ제일제당 등이 한창 MES를 구축하고 있다. 이 외 동아제약 등이 MES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MES를 도입한다고 해서 제조 과정의 혁신이 단번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MES만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화 설비를 도입할 때나 설비 제어시스템 도입에 맞춰 MES를 같이 구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도 최근 제약사들이 대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다. 내년 1월부터 미국 FDA의 의약품 관련 규제정책인 ‘전자 기록 및 전자서명에 대한 규정(21CFR Part11)’이 도입되면서 EDMS의 도입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 기록 및 전자서명에 대한 규정은 문서관리 단계에서부터 문서포맷, 저장위치 등 전자 기록과 승인 관련 업무가 모두 규제된다.

 이호신 SAP코리아 전무는 “GMP 대응을 위한 시스템적 대응을 단순히 비용 투자적인 측면으로만 인식해 부담스러워 하는 제조사들이 많다”며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의 도입은 장기적으로 밸리데이션의 효과를 수혜하게 해 품질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 이엠티정보 대표이사 swlee@emtinfo.co.kr

 성현희 CIOBIZ+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