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의 발사 중지 원인이 러시아 측이 제작한 발사체 1단의 추진기관 연료 공급계 내 헬륨 고압탱크의 압력을 인식하는 SW의 단순 오류로 밝혀졌지만 여전히 발사 진행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는 필요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은 발사체에 설치돼 있는 수십 개의 밸브를 작동시키는 헬륨 고압탱크에 이상이 없고 SW의 인식 오류가 버그가 아닌, 단순히 엄격한 파라미터(변화 유효치 설정값) 설정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어 나로 발사 예비 기간인 오는 26일까지는 발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무수한 리허설과 자체 점검 과정을 거친 SW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보다 치밀한 점검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W 설계상 단순 오류 판단=한·러 연구진은 현재 고압탱크 압력 밸브 상태를 인식하는 SW의 오류가 발사체 진행 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정밀 분석 작업을 진행중이다. SW 교체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번 SW의 문제는 실제 헬륨 고압탱크 압력의 저하를 어느 선까지 용인할 것인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우주발사체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준의 허용오차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항우연 조광래 발사체연구본부장은 “러시아와 우리가 공동으로 SW를 개발한 부분이 있고, 각자 한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은 러시아 측이 개발한 것”이라며 “SW 버그는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러시아 측은 압력 인식 설정값이 너무 낮아 일어난 일이라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실제 이번 일과 관련 발사체 프로그램의 경우 수없이 많은 프로그램 버그 테스트가 진행됐기 때문에 버그로 보긴 어려울 것이고, SW가 인식하는 압력 허용 수치가 너무 엄격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해 항우연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KAIST 권세진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자동 시퀀스 정지 요인은 압력 및 온도 측정부분, 센서 자체 문제, 발사체 주위 설비 영향, SW자체 버그 등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며 “이번 경우는 엄격한 파라미터 값설정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밸브제어 왜 고압헬륨으로 하나=사실 밸브 조작은 배터리 등 전기 에너지로도 할 수 있지만 발사체의 경우 몇톤이 넘는 유량을 한꺼번에 분출시켜야하는 것이어서 고압탱크를 활용하고 있다. 연료 자체가 액체 산소이다 보니 가벼운 헬륨 가스를 쓴다. 일반 기체의 경우 온도가 낮은 액체산소를 응축시켜 압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밸브를 제어하는 탱크 압력의 표준 임계치에 대해 러시아 측은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1만 마력 정도의 힘을 가진 압력이 밸브 제어의 최적치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필요한 압력이 워낙 높다 보니 자칫 미세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체크가 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권세진 교수는 “압력으로 환산하면 1000기압 정도는 될 것”이라며 “이같은 문제는 우주 선진국에서도 다반사로 발생하는 일인데 다들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발사준비 어떻게 되나=총 6단계로 이루어진 발사 준비 단계 가운데 이번 경우는 발사 이틀전 발사체 발사대 이송과 발사체 기립 등을 시행하는 3단계부터 시작하면 된다. 연료와 전기 계통의 점검은 다음단계인 4단계에서 이루어진다.
발사 하루 전인 D―1에는 발사를 위한 최종 점검이 이루어지고, 발사 13시간 전에 1단 추진제(액체산소와 케로신)를 충전하게 된다. 특히 발사 예정시간 까지 모든 기기가 정상 상태를 유지하고, 기상 상태와 주변 환경 역시 발사에 이상이 없을 경우 발사 15분전부터 발사 자동 시퀀스가 시작돼 최종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다.
한편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예비 발사일 마지막 날인 26일 이후가 되면 다시 발사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등 복잡해질 것”이라며 “사전 리허설에서 문제를 도출해 낼 수 있는 세밀한 분석 및 측정 시스템 등에 관한 대안 마련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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