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기술 자립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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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로호 발사가 연기되고, 그 과정에서 러시아 기술진의 입만 바라보는 굴욕적인 사태가 재연되자, 20일 과학기술계가 우주과학기술을 자력 개발 체제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된 과학기술부를 별도로 독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리나라 우주과학기술 수준은 전반적으로 70%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1단 로켓의 핵심인 액체엔진 분야 기술 수준은 우주기술 선진국 대비 60∼70%에 머물고 있다. 탑재체 분야도 선진국 대비 50∼60%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나로호 개발과정에서 우주발사체는 러시아, 탑재체는 이스라엘 등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특히 액체연료 부문은 우리가 전혀 접근할 수 없는 형태로 기술보호계약이 체결돼 있다.

 계약서에 따르면 양측은 상대방의 사전 동의 없이 비밀정보를 무단 공개해서는 안되며, 언론 및 논문, 광고 등의 내용 및 공표 시점까지도 상대방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체 시스템 설계 및 1단 엔진 개발은 흐루니체프사가 주도를 하고, 2단 및 상단부 개발은 한국이 주도하고 러시아가 기술을 지원하는 형태로 작성돼 있다. 사실상 핵심 기술 접근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어 기술이전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승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KSR-Ⅲ발사를 통해 액체로켓 기술도 일정부분 확보했고 정밀기계, 전자제어 기술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인만큼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게 바람직했다”며 “지난 2001년 우주개발진흥계획 수립과정에서 2005년을 목표로 잡으면서 러시아 기술을 도입하게 됐고, 러시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자력 개발도 가능했지만 너무 의욕적인 목표를 잡으면서 해외에 의존하는 형태가 됐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지난 19일 개최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회의에서 우주기술개발 전략을 기술 자립도 향상을 위한 R&D체제로 전환키로 했다. 즉 발사체, 탑재체에 대한 기술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세부 우주개발진흥계획을 수립키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발사체·위성 등과 같이 후속사업이 존재하는 경우 제품·시스템의 기술 개발 연계를 고려해 기획 단계부터 기술개발 계획을 수립키로 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세부 계획 수립시 기술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일부 예산 증액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부 독립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전직 과학기술부 장관은 “현안 부서인 교육과 미래 부서인 과학을 합쳐 놓으니 과학기술은 현안 부서에 눌려 힘을 못쓰게 됐다”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도 좋지만 과학기술을 책임지고 자율적으로 관장하는 부처를 없애면 그 정부 기구가 수행해 오던 고유의 영역이 사라져 버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