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시스템 기반 비즈니스 창출 고민 중"

"ERP시스템 기반 비즈니스 창출 고민 중"

 SK에너지는 지난 2006년 인천정유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2008년 2월 두 회사는 공식 합병했다.

 합병 직후 SK에너지는 합병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가장 먼저 기존의 SK에너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 인천정유 ERP 시스템 통합작업을 추진했다. 정보화 투자가 그리 많지 않은 정유업체 특성을 고려하면 보기 드문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이다.

 당시 SK에너지는 기존 ERP 시스템이 노후화됐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을 통합하기 보다는 통합 신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09년 1월 통합 ERP 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리고 또 7개월이 지났다.

 “아직은 부분적으로 현업 요구사항을 반영해 ERP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ERP 시스템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데 IT가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지난 1985년에 입사해 24년 동안 SK에너지에만 몸담아 온 전규배 정보관리실장은 ERP 시스템이 완성됨에 따라 이제는 IT인프라가 어느 정도 마련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IT도 전체적인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맞춰 역할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만큼 최고정보책임자(CIO)인 전 실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IT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실제로 그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일환으로 전 실장은 IT를 활용해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요즘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화학사업부문 중 생산 모듈을 바꾸면서 제품을 생산하는 ‘배치 오퍼레이션’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방안이다. 배치 오퍼레이션은 주로 세탁소에서 사용되는 솔벤트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으로 매우 다양한 제품이 만들어진다. 그만큼 수요와 생산·재고관리가 중요하다. 자칫 수요와 생산관리가 적절하게 맞물리지 않으면 제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게 되거나 재고 물량이 처리하기 힘들 정도로 쌓이게 된다. 이럴 경우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배치 오퍼레이션으로 생산되는 제품에 정확한 수요와 생산·재고를 예측하고 현황을 분석할 수 있도록 IT시스템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 사업부에서 활용하고 있는 각종 지표에 자동화와 표준화를 만드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이처럼 보다 현업과 밀접하게 접근해 IT를 기반으로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실행하려 하지만 실제적으로 어려울 때도 많다.

 전 실장은 “IT를 기반으로 프로세스 혁신을 하다보면 가끔 현업으로부터 왜 IT가 현업에 관여하려 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면서 “이럴 때마다 상황에 맞게 톱다운이나 바텀업 방식의 전달체계를 활용해 현업과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이제는 오히려 현업이 먼저 IT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혁신이 적용되기를 기대하는 상황이 됐다고 전 실장은 강조한다.

 SK에너지 정보관리실은 현업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별로 비즈니스 애널리스트(BA)를 두고 있다. BA를 활용해 단편적 지원이 아닌 문제점 지적과 대안 제시까지 보다 체계적인 IT 지원정책을 만들고 있다. 전 실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개선해 가치를 창출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즉각적으로 현업에 가치 창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전 실장이 비즈니스 가치 창출과 함께 고민하고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오는 10월이면 자회사로 분사하게 될 윤활유사업부문 지원이다. SK에너지의 윤활유사업부문은 매출이 연간 1조8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다. 따라서 그만큼의 IT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직 본격적인 준비를 하기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새로 설립될 자회사의 IT 시스템 구축 및 운용, IT 조직 구성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자회사에도 ERP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당분간 SK에너지의 기존 시스템을 활용하고 장기적으로 인사·회계·메일 등의 자체 IT인프라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가 올해 대규모로 진행하는 IT 프로젝트는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적용을 위한 IT 시스템 구축 정도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5월 착수돼 오는 10월 말까지 IT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방침이다. 연말까지 테스트 기간을 거쳐 내년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14개 해외법인에도 IFRS가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해외 현지법인의 ERP 시스템은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해 가동한 ERP 시스템 업그레이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 중 회계업무 고도화가 대표적 사업이다. 전 실장은 “ERP 가동 초기에 회계부서에서 명세서에 대해 업무상 어려움을 겪게 돼 이를 시스템적으로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올해는 45가지 정도의 보고서에 이를 적용하고 내년에도 추가로 계속 적용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보다 치밀한 신용관리·리스크관리 등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스템 보완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SK에너지의 정보관리실은 IT기획팀과 ERP경영팀으로 구성돼 있다. 총 인력은 25명이다. 이 외에 시스템과 애플리케이션 운용은 그룹 IT계열사인 SK C&C에서 아웃소싱 서비스를 받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

 

 전규배 SK에너지 정보관리실장은

 1959년 대전 출생으로 대전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1월 SK에너지에 입사해 감사실, 인사실, 사장실을 거쳐 2000년 6월 ERP추진팀장을 맡았다. 이후 2005년 4월 IT기획지원팀장에 선임된 이후 올해 1월부터 CIO인 정보관리실장을 맡아 IT분야를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