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3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식 참석차 22일 오후 방한할 것으로 알려져 외교가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보즈워스 대표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조문사절의 일원으로 이날 오후 6시께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개인적 조문 목적이라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지만 북핵사태의 흐름이 미묘해지고 있는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예사로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로 보즈워스 대표와 DJ와의 인연은 각별한 것으로 외교가에 알려져있다. 빌 클린턴 전대통령 재임시절인 1997년 11월 한국에 부임해 3년 2개월간 주한 미국대사를 지내며 한.미관계와 대북정책 등에 있어 DJ와 깊은 교감을 나눴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보즈워스 특사의 방한이 단순히 ’조문’에만 머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국제적인 대북제재 국면에서 북한 최고위급 실세인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대남총책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조문단이 방한, 정부와 사실상 고위급 회담을 진행한 직후라는 점에서 그의 방한은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 상황은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향해 적극적 유화공세를 펴고 중국이 북.미 양자간 중재를 시도하려는 물밑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중대한 국면이다.
따라서 보즈워스 특사로서는 이번 방한기회를 빌어 가장 긴밀한 공조파트너인 한국의 북핵담당자들과 머리를 맞댈 가능성이 높다는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특히 우리 정부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면담을 가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보즈워스 대표가 그동안 대북 온건파로 분류돼왔다는 점에서 현행 대북 제재기조 외에 북.미 양자대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관련국들의 양해를 구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또 보즈워스 대표가 내달초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을 잇따라 순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월 민간인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보즈워즈 대표는 대북 특별정책 대표로 임명된 이후 북측의 잇따른 거부로 방북이 무산됐으며 이후에도 뚜렷한 활동을 보이지 않아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그의 역할론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돼왔다.
이런 가운데 보즈워스 특사의 방한은 공교롭게도 미국 ‘대북제재특사’인 필립 골드버그 국무부 조정관의 23일 방한과도 맞물려 주목된다.
한 소식통은 “골드버그 조정관은 ‘채찍’을, 보즈워스 특사는 ‘당근’을 가져오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골드버그 특사는 24일 외교부와 기획재정부의 관계자들과 만나 유엔 1874호 결의에 따른 ‘흔들림 없는’ 대북제재 기조를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