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이동전화 요금인하를 위한 내부적인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통업체는 대체로 요금인하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며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벌써 제기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소량 이용자를 위한 새로운 선불요금제 및 저소득층을 위한 추가 요금감면 방안과 함께 단말기 보조금을 대신해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는 요금제에 대한 내부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상 새로운 요금제 출시에 3개월 전후해 시간이 걸리는데 이번은 속도를 내야 하기 때문에 출시까지는 2개월 가량 소요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요금 인가 대상인 SK텔레콤은 통상 새로운 요금상품을 기획하면 설문조사, 컨설팅, 전산개발을 거쳐 요금 디자인을 완성한 뒤 방송통신위원회에 요금인가 신청을 내게 된다. 요금인가에만 4주가 소요된다.
SKT 측은 구체적인 검토내용에 대한 언급을 피하면서 요금인하 압박에 부담스러워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지난 20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이동통신 요금현황 및 향후 정책방안’ 세미나에 패널로 참가한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는 “우리나라의 이동전화 이용량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요금 수준은 오히려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금과 관련해서는 국가별 서비스 품질 및 고도화 수준, 이동통신의 사회·경제적 기여도 및 효용성, 이통사의 투자 규모 및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요금을 인하할 별다른 의지가 없다는 취지다.
하 상무는 다만 “이용자들이 이동전화에 대해 느끼는 비용 부담이나 경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저소득층의 요금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정부 정책 방향에 공감하며 책임있는 기업으로서 노력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요금제 신고 대상인 KT 역시 부담을 느끼고 있다.
KT는 “시장원리에 입각한 자율적 요금경쟁을 유도한다는 정부정책에 적극 부응하면서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소득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만 밝힐 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KT는 이와 함께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구매행위를 할 수 있도록 요금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에 주력하기로 했다.
세미나에서 김민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사업자는 이용자들의 통화패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요금제를 설계하는 반면 이용자들은 자신이 어떤 유형의 통화를 하고 있는지 파악치 못하고 있다”고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제기하며 이용량과 요금제의 미스매치를 줄일 수 있는 최적요금비교 사이트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LG텔레콤도 단말기 보조금을 받는 대신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는 요금제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 요금제가 출시되더라도 보조금 경쟁이 그대로 촉발된다면 이통사가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며 여전히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방통위가 추진하는 요금인하 취지에 공감하나 이통사의 부담이 커지면 소비자 기대수준에 부합하기 위한 지속적인 설비투자 및 차세대망 투자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요금인하는 매출 및 이익 감소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사업자마다 요금인하를 꺼릴 수 밖에 없다”며 “매출이익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요금인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마술과 같은 ‘묘안’을 내놓기 위해 사업자끼리 눈치를 보며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규제당국은 요금인하 요구가 나올 때마다 ‘요금인하’가 아니라 ‘요금할인상품’이 나온다는 식으로 문제를 회피해왔다”며 “규제당국과 사업자가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이상 이번에도 ‘눈가리고 아웅’식의 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