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들의 투자가 1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별로는 2분기 감소율이 16%에 달했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10% 이상 늘었다.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각 업종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자금 여력에도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지주사 및 금융지주 제외)의 상반기 투자는 13조8천179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 15조2천36억원보다 1조3천856억원(9.1%) 감소한 것이다. 이는 현금흐름표상 ’투자 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액’에서 유ㆍ무형 자산이나 투자자산 취득분을 더한 것이다. 장단기 금융상품이나 대여금, 보증금 증가 등 통상적 투자활동과 무관한 항목들은 제외됐다.
분기별 투자는 2분기가 7조1천583억원으로 작년 2분기 8조5천721억원보다 1조4천138억원(16.5%) 줄었다.
작년 2분기 경기 호조로 투자가 활발한데 따른 ’기고(基高)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1분기보다 2분기의 투자 위축이 심했다는 분석이다. 이들 10개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6월 말 현재 24조3천134억원으로 작년 말 22조149억원보다 2조2천985억원(10.4%) 증가했다. 이처럼 자금 여력이 늘어났음에도 투자 활동이 위축되면서 10대 그룹사의 유보율은 1천%에 육박했다.
자산 총액 기준 10대 그룹의 유보율은 6월 말 962.98%로 1년 전보다 44.29%포인트 높아졌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 그룹 계열사 중 지난해와 비교 가능한 63곳이 분석 대상이다.
유보율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영업활동 또는 자본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얼마나 사내에 쌓아두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즉 ’곳간’에 쌓아놓은 잉여금이 자본금의 10배 수준에 달한다는 얘기다. 이 비율이 높으면 통상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의미지만 동시에 투자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고여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