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이 엄수된 23일 시민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운구행렬의 이동 경로에 나와 고인의 마지막 여정을 지켜보며 명복을 빌었다.
운구행렬은 영결식이 끝난 오후 3시20분 운구차가 국회 앞마당을 나와 서강대교를 지나는 것으로 시작됐으며, 경찰은 인파가 인도로 나오지 못하도록 폴리스라인을 형성하며 질서를 유지했다.
이날 시민들은 따가운 뙤약볕에도 모자나 양산 등을 쓰고 거리로 나와 운구행렬이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회사원 최원석(38)씨는 “남북 정상회담 때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손잡고 인사할 때의 감동이 아직 잊히지 않는다. 정치인뿐 아니라 국민들도 고인의 뜻을 이어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운구차량이 서강대교 남단 민주당사 근처에 잠시 멈춰 서서 이희호 여사가 정세균 대표 등에게 사의를 밝히자 당원과 시민들은 “여사님 힘내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동교동 사저 인근에는 서교동성당 성가대가 나와 성가를 부르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고, 주민 300여명도 골목길에 줄지어 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이 여사 등 유족이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주민들은 “김대중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외쳤고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영정과 유족들이 사저 안으로 들어가자 일부 시민들은 담벼락에 올라가 휴대전화 등으로 이 모습을 찍기도 했다.
민주당이 마련한 추모문화제가 열린 서울광장에서도 시민 1만5천여명(경찰 추산)이 광장에 빼곡히 모여 앉아 고인을 기렸다.
시민들은 대형 화면을 통해 영결식 장면을 숙연하게 지켜봤으며, 운구차량이 식장을 떠나는 장면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이날에만 오후 3시까지 1만2천994명의 시민이 분향, 총 조문객은 8만2천423명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