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정보과학강국’과 실리콘밸리와 같은 ‘벤처 생태계’를 꿈꿔왔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영결식장에서 동교동 사저와 서울시청 앞을 거쳐 동작동 국립묘지에 이르는 연도에는 수십만명의 추도 인파가 운집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못내 아쉬워했다.
영결식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이희호 여사를 포함한 유가족과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 김영삼 전 대통령, 3부 요인과 헌법기관장, 정·관계 주요 인사, 주한 외교사절, 각계 대표와 시민 등 2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0년만의 국장(國葬)으로 엄수됐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조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평생동안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민족화해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해온 발자취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오늘날 우리가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IT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고인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24년 전남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에서 김운식씨의 4남2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난 뒤 지난 50여년간 우리나라 민주화와 남북화해를 위한 큰 족적을 남겼다. 그는 15대 대통령에 취임해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등 우리 정치사에 거목이 됐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지식정보강국의 비전을 제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밝힌 “우리의 자라나는 세대가 지식정보화의 주역이 되도록 힘쓰겠다”는 선언을 실천에 옮겨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반 정보사회로 탈바꿈시켰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IT·벤처기업인·과학인들, 여러분이 가는 길은 시대적 소명의 길”이라며 “지금과 같은 격변기에는 여러분과 같이 모험심에 가득 찬 사람이 역사를 선도해갈 수밖에 없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마지막 일기에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고 유서처럼 적었다. 정보화 초대 대통령의 꿈은 이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릴 산 자들의 몫으로 남게 됐다.
유형준·장지영·허정윤기자 hjyoo@etnews.co.kr